[초점] 심평원, 위·대장·간암 수술사망률 평가결과 내막상급종합병원, 예측사망률 낮아 종합병원보다 평가 절하심평원 "등급 세분화 사실상 불가능…의사별 암 사망률 공개도 검토할 것"


[청년의사 신문 김지환]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암 수술사망률이 1·2등급으로만 구분된 이유는 대부분의 병원 사망률이 1~2%대에 몰려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 병원들이 암 사망률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면서 세분화된 등급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등급과 근소한 차이로 2등급 평가를 받게 된 일부 병원들은 이번 평가결과로 인해 마치 암수술을 '못하는 병원'으로 인식될 우려를 낳고 있다.

암 사망률 평가결과 공개 어떻게 이뤄졌나

4일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된 '위암·대장암·간암 수술사망률' 평가결과 배경은 해마다 암 질환으로 인한 환자들의 의료비 증가에 따른 것이다.

또, 지난 4년간 위암 등 8개 수술에 대한 진료량 평가를 실시한 결과 의료기관간 보정 사망률 변이가 크고, 최근 들어 대외적으로 사망률 공개의 지속적인 요구가 늘어나면서 공개방침이 세워졌다.

이에 심평원은 암 영역 중에서도 발생률이 높은 위암·대장암·간암의 수술사망률 등 진료결과 평가를 실시했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함은 물론 질 향상을 유도하는데 목적을 두고 공개를 결정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암 사망률은 병원 내 사망과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으로 평가지표를 정하고 자료수집과 자료점검, 평가자료 구축, 평가결과 분석방법 등을 통해 평가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요양기관이 청구한 진료비청구명세서로는 일반현황 및 환자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요양기관이 직접 작성한 조사표를 통해서는 명세서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환자위험요인 등을 파악했다.

청구자료 기준은 2010년 1월~2011년 1월 청구건 중 심사 년월이 2011년 3월인 '지급완료된 건'(지급불능, 추가청구건 제외)에 한했으며, 심평원은 자체 개발한 '질 평가 자료 수집 시스템'을 활용해 청구 자료를 이용한 조사대상자를 선정하고 환자에 대한 자료 수집 등 요양기관별 전수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심평원은 전문가자문회의(7회), 통계전문가자문회의(4회) 등을 거치기도 했다.

심평원 분석방법 정말 과학적이었나

이번 위암·대장암·간암에 대한 평가결과 분석방법은 ▲평가지표별 결과산출과 ▲암수술사망률 산출 ▲등급 산출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평가지표별 결과산출은 암 종별 환자 및 요양기관별, 종별로 결과산출 단위를 정하고 비율, 평균, 표준편차, 중앙값, 최소값, 최대값, 사분위수 등으로 결과산출 값을 도출했다.

통계분석 틀은 엑세스, 엑셀 통계 package(SAS-EG 4.3, R)로 이뤄졌다.

이어 암수술사망률 산출은 실제사망률과 환자위험요인을 보정변수로 적용한 위험도보정모형을 통해 예측사망률과 보정사망률을 산출했다.

이는 앞서 공개한 중증도보정사망률과 달리 위험도 보정을 거친 뒤 병원별 개별 통보를 거치면서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산출로 이어졌다.

위험도 보정모형은 단변량 분석과 임상문헌, 전문가자문회의를 통해 위험도 보정변수 선정 및 변수별 적용방법이 결정됐다.

또, 환자위험요인을 독립변수로, 사망여부를 종속변수로 한 다변량로지스틱회귀분석모형을 구축해 위험도 보정모형 설계 및 최종 모형을 구축하기도 했다.

보정변수로는 청구자료에서 성별, 연령, 수술유형 외에 상대위험비를 근거로 가중치를 달리해 구분한 동반상병이 적용됐다.

또, 조사자료에선 체질량지수로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BMI', 마취과의사가 평가한 환자상태 'ASA', 간암 수술전 환자상태를 평가하는 MELD점수 등이 적용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데이터 등을 토대로 등급 산출은 실제사망률과 예측사망률의 95% 신뢰구간을 정해 놓고 상한 값과 하한 값으로 구분해 1등급 및 2등급으로 구분했다.

실제사망률이 예측사망률보다 높은 경우 '1 이상'으로 같으면 '0', 낮으면 '1 이하'로 정했다.

이와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다양하고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했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일각의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심평원의 한계, 사망률 공개 왜 1·2등급에 그쳤나

이번 심평원의 암 사망률 공개 이후 의료계에서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수술후 30일 이내로 한정한 평가지표였다.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산출을 위해서는 '5년 이상의 생존률'을 따져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심평원은 "'5년 내 사망률', '5년 이상 생존률' 등에 대한 데이터 산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5년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전체적인 통계는 나올 수 있지만 전수조사가 어려운 상태에서 각 병원별 기관별로 데이터를 산출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즉, 환자들이 기간 내 병원 이동이 있을 수 있고 중간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사고 등)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병원 사망률을 도출한다는 것이 힘들다는 주장이다.

특히, 암 사망률 공개 등급이 1·2등급으로 제한된 데 대해선 '구분하기 어려워서'라는 답변을 내놨다.

심평원 관계자는 "수술 사망률이 30일 이내로 구분 짓다 보니 대부분 1~2% 안쪽에 몰려있었다"며 "다른 평가항목의 경우 5등급으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이번의 경우엔 등급을 나누기가 사실상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등급 구분이 어렵다 보니 '1등급', '2등급', '등급제외 및 평가제외'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하게 됐다"며 "다만 병원별로 95%의 신뢰구간을 정해놓고 구간 안에 포함되면 1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묘한 차이에 2등급, 병원들의 불만은 여전

심평원은 연간 수술건수가 10건 미만인 의료기관은 통계적 의미부여가 힘들다는 이유로 '등급제외' 기관으로 분류했다.

또, 의무기록에서 암 병기, 동반수술 등 환자 위험요인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의료기관은 '평가제외'기관으로 분류했다.

나머지 병원들은 1등급 아니면 2등급에만 속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병원들이 1등급을 받은 탓에 이름까지 공개된 2등급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 연대의대강남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부속부천병원, 충북대병원, 상계백병원, 조선대병원 등 중증환자들이 몰리는 상급종합병원의 2등급 분류에 따른 불만은 더 컸다.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등급을 받은 위암 실제사망률(1.08%)은 1등급을 받은 간암 실제사망률(1.47%)보다 낮았지만 기준이 되는 예측사망률(위암 0.43%, 간암 1.09%)과의 차이로 1등급에서 제외됐다.

반면, 위암 1등급을 받은 종합병원인 서울 A병원의 경우엔 실제사망률이 1.14%로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 보다 높지만 예측사망률이 2.37%로 기준점이 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2등급 평가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위암 실제사망률 편차가 1.08%를 보였고 종합병원은 14.55%까지 벌어져 큰 차이를 보였지만 1등급을 제외한 병원들은 2등급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병원 입장에서는 심평원의 이 같은 등급 공개가 자칫 암수술을 잘하는 병원과 암수술을 못하는 병원으로 구분짓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김성덕 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브란스병원이 위암 분야에서 2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며 "특히 노성훈 교수는 위암 수술 경험 및 사례에서도 세계에서 인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병협 한 관계자는 "환자 알권리를 이유로 심평원에서 무리하게 결과 중심의 데이터만 공개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라며 "1등급을 제외한 병원의 환자는 불안감만 가중될 것이고, 교수들은 이로 인해 연구 등에 매진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한 관계자는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그는 "등급 구분이 사실상 힘들다보니 무리해서 5등급으로 세분화 하지 못한 것이다. 비록 2등급을 받았더라도 충분히 의술이 뛰어난 의료진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에 환자단체 등에서 요구해 온 대로 의사별 암 사망률 공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암 사망률에 대한 평가방법 등 구체적인 평가내용은 심평원 홈페이지 병원정보(평가항목 중 진료결과 선택)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사망률과 예측사망률도 각 병원별로 모두 자세히 구분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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