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진구] 학교 측, 민원제기에 “1명 보단 나머지 400명이 우선” 공식 답변

모 외국어고등학교에서 B형간염 보균 학생의 기숙사 입사를 불허해 차별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학교 측이 민원 제기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소수자 인권보호에 대한 아쉬움을 낳고 있다.

지난달 8일 지방의 모 외국어고등학교는 인권위 권고 및 교육청 지도, 주치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B형간염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A학생에 대해 기숙사 입사를 불허한 바 있다.<‘“B형 간염은 기숙사 오지마”…모 외고, 학생 차별 논란’ 참조>

이에 A군 학부모는 지방교육청을 통해 정식으로 해당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 17일 학교 측으로부터 민원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한 학생의 다소 불편한 점보다는 나머지 400여명의 건강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학교 측이 불허의 근거로 든 것은 크게 두 가지.

감염 위험이 적긴 하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에게는 전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과 다른 학부모들 항의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생활관(기숙사) 생활을 통한 전염 가능성은 낮지만, 구강이나 피부 상처를 통한 접촉(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 공동사용)은 직접적 전염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접촉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염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관 관리자 눈을 피해 다른 학생 방에서 함께 잠을 자거나 다른 학생 물품을 사용하고, 심지어 본인 내의가 세탁 중일 때는 다른 학생 내의를 입는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며 “이로 인한 전염 가능성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본교 학생들에게는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른 학부모들에게 이 사실(간염보균자를 생활관에 입소시킨 사실)이 알려지게 됐을 경우 전문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 학부형들 항의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학교 측은 기숙사 학생들을 ‘수용시설의 수용자’라고 표현하면서 절대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학교 측은 “‘2011 법정전염병 진단 신고기준’에 따르면 수용시설 수용자 및 근무자 등은 B형간염 전염 대상자 중 고위험군에 속한다”며 “(본교)학생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생활관 생활을 통해 24시간을 함께 생활하고 있으므로 수용시설의 수용자와 유사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학교 측은 B형간염에 대해 예방접종 실시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해 개선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B형간염 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도 예산도 없다”며 “설사 예방접종을 실시하더라도 접종기간(3회)이 6개월 이상 걸려 모든 학생들이 항체가 형성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A군 학부모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했다.

학부모는 “이미 개인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전부 동원해봤다”며 “그러나 논리적인 설득이 안 되는 상황이라 더이상 손 써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자녀가 학교에 아직 다니고 있는 만큼 더 큰 액션을 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도교육청 차원의 시정 명령이 있다면 좋겠지만 교육청 측에서도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청 측은 이 사건에 대해 “기숙사 입사 여부는 전적으로 학교장 재량”이라며 개입을 피하고 있다.

김진구 기자 okgo@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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