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궁금하다,이 남자의 10년 후


김민영의 경력은 특이하다. 서울의대 86학번,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수련, 군대에 다녀와서 전임의 생활을 하다 2001년에 도미. 하버드에서 MBA 과정 마치고 2003년 여름에 귀국하여 맥킨지에 입사. 1999년 출간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전6권)>이라는 장편소설은 ‘한국 판타지 문학의 정점’으로 불림.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안 생길 수 없는 이력이다.

“의료가 전자산업의 뒤 이을 수도 있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은 한국 판타지 문학의 정점이라 불리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판타지 마니아들은 인터넷상에서 <옥스타 …>의 작가가 다음 작품을 내놓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민영은 의사도, 작가도 아닌 컨설턴트로 새로운 커리어 쌓기에 도전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30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 군의관 시절 ‘남아도는’ 시간에 썼다는 <옥스타 …>의 후속작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그의 ‘판타지’는 끝나지 않았다. 5년 전 소설 속에서 그려냈던 ‘판타지’가 현실로 나타났듯 지금 그의 상상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그가 헬스케어 컨설턴트로 그려내는 상상은 10년 뒤 ‘일류기업으로 우뚝 선 한국 의료산업’에 대한 것이다.

- 맥킨지 컨설턴트 중 MD자격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인가?

허호영 박사와 나, 현재로선 둘이다. 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 MBA에서는 뭘 배웠나?

MBA 특징이 졸업하고 나면 뭘 배웠는지 모르는 거다, 하하. 확실히 잡히는 학문이 아니니까. 경영 전반에 대한 것을 배운다. 세무, 마케팅, 경제학, 벤처산업 등 기본 경영에 대해 1년 간 배우고 2학년 때부터는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배운다. 굳이 말하면 이 때 듣는 과목을 전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재무, 헬스케어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다.


- 전임의까지 했는데 MBA 과정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

의료가 사회적 ‘비용’으로 남아있는 한,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비용이 아닌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사람들의 생각도 바꾸고 주변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었다.

- 또 다른 공부를 시작한 건데, 힘들지 않았나?

10년 넘게 의학을 공부하다가 다른 것을 하니까 신선하고 재미있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다양한 경험을 짧은 기간에 한 것 같다.

- 맥킨지 서울 사무소에서 헬스케어에 특히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더 그런 것 같다. 국가에서 헬스케어를 산업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으니 산업으로 클 여지가 많고, 컨설팅할 일도 많다.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같이 발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매력적인 산업군(群)이다.

- 헬스케어를 산업으로 키우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의료를 비롯한 헬스케어를 사회적인 비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출’해야 하고, 거기서 나오는 것은 없고. 사회적으로 뭔가를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미국 같은 경우는 의료비가 GNP의 14% 정도인데 그게 다 비용은 아니다. 제약 산업, 바이오테크놀로지, 메디컬 디바이스, 병원 관련 서비스 등…. 많은 서비스가 산업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 해결책이 어디에 있을까?

2000년에 있었던 일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때문에 생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헬스케어가 산업으로 완전히 발전하게 되면 사회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자원이 될 테고 이런 싸움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부분인지?

지금은 한정된 자원으로 꾸려나가려니 통제할 생각 밖에 못하지만 사보험 같은 새로운 재원을 들여오거나, 아까도 말했던 헬스케어의 산업화, 제도 발전이 뒤따르면 우리가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보험료가 걷히고 지급되는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IT강국이라는 이점을 살려 비용을 줄인다든지 할 수 있다.

- 헬스케어 산업 안에서 의사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헬스케어 안에서 의료는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주변 여건이 얼마나 이를 받쳐주느냐에 따라 의료의 발전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 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면 의료도 발전하는 거고, 서로 끌어 나가는 거다. 의사들의 역할이 더 커질 거라 생각한다. 헬스케어라는 큰 틀에서 의료가 발전하면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고 의료계 내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우리나라에서 헬스케어가 본격적인 산업으로 발달할 수 있을까?

헬스케어는 기술, 지식, 자본이 있으면 발전할 여지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자원이 human talent 아닌가. ‘활용 안 된다’는 문제만 해결하면 가능성은 높다. 전자산업이 우리나라 기간산업이 될 것을 1980년대에 누가 상상했나. 2020년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우리 기업이 생길지도 모른다.

- 2년 간 우리나라 의료계를 떠나 있었는데 달라진 부분이 있나?

일선에 계신 분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시스템 차원에서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 유일한 보험체계의 끝모양이 뭐냐, 지금 수요는 해결하고 있지만 20년 후 어떻게 될 건지, 그때 우리가 어떤 제도를 필요로 할 건지에 대해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역량을 가진 사람을 키우든가,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을 데려오든가 해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근원도 해결해야 한다.

-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MBA에 들어간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의뢰해 오는 부분에 대해서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 아닌가?

맥킨지에서는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작년에 우리나라 헬스케어 실태 진단에 대한 책을 펴내기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팩트 있는 부분은 우리가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어필하기도 한다.

- 의사와 컨설턴트의 일을 비교해 달라. 단점, 장점, 다른 점, 같은 점을 말하면?

문제의 근원을 밝혀내고 그 해결점을 제시한다는 것은 같다. 대신 사람은 anatomy나 physiology가 비슷한 데 반해 컨설팅은 산업군에 따라 전혀 다르다. 그래서 프로젝트마다 새로 배우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내놔야 한다. 컨설턴트의 장점이 의사의 단점이 되는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많은 도전이 있다는 것은 좋지만 의사처럼 심도 있는 깊이까지는 들어가지 못한다. 반대로 의사는 어느 정도 정점에 다다르면 숙련돼 반복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다. 노벨상은 의사가 받지 않나.

- 여섯 권에 달하는 장편 환타지 소설을 써 낸 작가이기도 한데?

원래 환타지를 좋아했고, 94년부터 짧은 글을 통신에 올리곤 했다. 97년 군 입대 후 시간이 워낙 남아도니까 장편에 도전할 마음을 먹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 지난주에는 많이 바빴던 것 같다. 일주일에 30시간 밖에 못 잤다고 하던데. 레지던트 때나 별반 달라진 게 없을 것 같다.

새로 일을 시작했으니 치러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늦게 늘어오고 일찍 나가니까 아내도 의사 할 때와 다른 게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10년 이내 헬스케어 산업부문에서 삼성전자 같은 일류기업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다. 충분히 가능성도 있는 얘기다.■

김민아 기자 licomina@fromdoctor.com

사진 김선경 기자 potopia@fromdoc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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