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생로병사 삼국지
유수연·정미현 저/에이도스/247쪽/1만7000원
고전은 시대에 따라 역사적 사실과 예술적 상상력을 결합해 소설,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다. 대표적인 고전 중 하나인 삼국지가 〈생로병사 삼국지〉로 새롭게 찾아왔다. 그간 인물 평가와 권력투쟁, 처세, 심리, 용인, 인간학 등에 머물러있던 것을 탈피해 의학으로 접근했다.
‘의사의 눈으로 본 삼국지 속 영웅들의 삶과 죽음’을 부제로 한 이 책은 삼국지 속 인물들의 삶에 의학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이들의 삶과 죽음을 다채롭게 이해한다. 책은 정치 역학과 전쟁, 사회문화적 배경, 식생활, 성격,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소를 추적하며 삼국지 속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책은 신화의 허구적인 장면을 축소하고 실제 인물들의 생애와 죽음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현대 의학적 해석이 가능한 단서를 찾아 인간의 몸과 시대의 질병을 분석했다. 저자는 신으로 추앙받는 의리의 화신 관우에게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읽어내고,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낮은 자존감과 극단적 성격을 가진 손책에게서 경계성 성격 장애를 의심한다. 손택군을 패퇴시켰으나 회를 먹고 이른 나이에 죽은 진등의 삶, 악인과 간웅의 표상인 조조가 평소 앓았던 두풍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저자 유수연은 “역사의 기록에 의학이라는 도구를 빌려 오래된 영웅들의 마지막을 더 가깝고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다”며 “영웅으로 불리던 장수와 책략가라고 불리던 현자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고, 결국 병들고 쇠약해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영웅들도 생로병사를 겪을 수밖에 없는 하나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사이자 작가인 유수연은 이화의대를 졸업하고 이대목동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를 수료한 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상강사와 계명의대 신경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서울의료원 신경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의사가 읽어주는 그리스 로마신화〉,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 〈영화관에 간 의사〉 등을 집필했다. 공동 저자 정미현은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기자 겸 리포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동양 로맨스 장르의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