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로 치부하기엔…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심혈관 경고음"

이승훈 교수, OSA의 위험성과 '마운자로'가 연 첫 약물치료 전환기 조명

2025-11-17     김윤미 기자

"수면 중 산소 공급이 떨어지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이 때문에 밤새도록 자주 깨게 됩니다. 심장도 무리하게 뛰기 시작하지요."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승훈 교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 OSA)의 위험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한 '코골이'로 치부되던 증상이 실제로는 심근경색, 허혈성 심장질환, 뇌졸중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전신 질환임을 강조한 것이다.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승훈 교수

"일상에서 너무 졸리고, 낮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결국 그 반복되는 각성 때문입니다."

이 교수의 설명처럼, OSA는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수면 부족으로 인한 졸음운전 등 사회적 사고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기도 하다.

OSA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계기는 여전히 '코골이 소리'다. 가족이나 파트너의 수면을 방해해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하지만 이 교수에 따르면, 임상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환자 스스로 느끼는 '피로감'과 '주간 졸음'이다.

OSA가 있으면 수면 중 산소 공급이 떨어지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뇌가 자주 깨게 된다. 그 결과 깊은 잠에 들지 못한 채 반복적 각성이 나타나며, 이는 만성 피로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또한 산소저하의 반복은 심장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장기적으로 심박동 이상, 심근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져 다양한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수면 중 자주 깨는 사람은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 시간 졸음운전 위험도 급격히 높아진다"며 "특히 장거리 운전이 많은 트럭 운전사나 야간 근무자는 수면무호흡으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OSA는 개인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위험을 동시에 높이는 질환이다.

비만 증가와 함께 가파르게 늘어나는 OSA

비만은 OSA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도 이 둘의 연관성은 명확하게 관찰된다. 이 교수는 "결혼 후 체중이 증가하면서 코골이가 심해졌다는 신혼부부 환자를 자주 본다"고 증언(?)했다.

체중이 증가하면 목젖과 연구개 주변의 지방이 늘어나고, 이는 중력의 영향을 받아 뒤쪽으로 처지며 상기도(airway)가 좁아진다. 더불어 혀에 지방이 침착되는 경우도 기도 공간 협착을 심화해 OSA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 즉, 외부에서 보이는 목 둘레 증가만큼 내부 기도 공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OSA 유병률은 이미 높은 수준이다. 고대안산병원이 2004년 시행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27%, 여성의 16%가 무호흡·저호흡 지수(AHI) 5 이상을 나타냈으며, 주간 졸음증을 고려한 임상적 OSA 유병률은 남성 4.5%, 여성 3.2%로 보고됐다.

여기에 2018년 수면다원검사 및 양압기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작되면서 진단 환자 수는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기존 연 2~3만 명 수준이던 진단 건수는 급여화 첫해인 2018년 4.5만 명으로 늘었고, 코로나19로 병원 방문이 줄었던 2020~2022년을 지나 엔데믹 이후 다시 빠르게 증가해 2024년 기준 연 18만 명 전후까지 확대됐다.

이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검사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진단율이 체계적으로 올라간 결과"라며 "그만큼 과거보다 숨겨진 환자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압기 치료의 한계…"결국 사용해야만 효과가 있다"

현재 OSA의 표준 치료는 양압기(CPAP, PAP)다. 상기도가 무너지는 것을 양압으로 밀어올려 호흡을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가 명확하다. 건강보험 적용 이후 환자 부담도 크게 줄었다. 80만 원 수준의 수면다원검사는 환자 본인부담이 20%만 발생하고, 자동형 양압기는 초기 3개월 동안 50%, 이후 순응 기준 충족 시 본인부담 20%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치료 순응도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교수는 이를 '안경'에 비유해 설명했다. 안경은 쓰는 동안만 시력이 또렷해지는 것처럼, CPAP 역시 사용하는 동안에만 호흡이 개선되고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즉, 사용을 멈추면 효과는 즉각 사라진다.

이 교수는 "양압기의 장기 순응도는 약 60%까지 떨어지며, 결국 절반 수준의 환자만 실제 치료 효과를 지속적으로 누린다"라며 "이 때문에 양압기 사용이 어려운 나머지 환자들을 위한 대체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빈틈을 보완하기 위해 '수술적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상기도의 목젖·연구개 등을 잘라 공간을 넓히는 방식이지만 성공률은 평균 50~55% 수준으로, 환자 해부학적 특성에 따라 편차가 크다. 따라서 비수술적·약물 기반 치료 옵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OSA 치료 패러다임을 흔드는 첫 약물, '마운자로'의 등장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최초로 OSA 치료 적응증을 획득한 약물이 등장했다. 비만 치료제로 잘 알려진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교수는 "올해 세계수면학회(World Sleep 2025)에서 'From CPAP to Pharmaceutical therapy', 'First Medical Medicine'이라는 슬로건이 등장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수면무호흡증에서 약물치료가 새로운 무기로 부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마운자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만과 OSA의 연관성 때문이다. 체중 감소가 OSA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언급돼 왔으며, 최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지에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20% 감소 시 AHI가 57% 개선된다는 결과가 발표되며 이 관계가 더욱 명확해졌다.

마운자로는 임상시험에서 평균 17~20%의 체중 감량과 함께 AHI 50~58% 개선을 보여, 비만과 OSA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 전략이 된 셈이다.

SURMOUNT-OSA 1·2 임상시험에서 마운자로는 양압기를 사용하지 않는 환자뿐 아니라 양압기 사용군에서도 AHI를 현저히 감소시켰다. AHI 50% 이상 감소 비율은 최대 72.4%로 나타났으며, 'AHI <5' 또는 '경증 무증상 수준(AHI 5~14, ESS≤10)'까지 호전된 환자 비율도 최대 50.2%에 달했다.

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이승훈 교수

다만 그는 모든 OSA 환자에게 마운자로를 처방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선을 그었다.

마운자로의 적응증에 'BMI 30kg/m² 이상 + 중등도~중증 OSA'라는 조건이 붙은 것은 정확한 타깃팅을 위한 것이며, 이는 약물의 과용을 방지하는 동시에 임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현재 양압기 치료는 여전히 OSA의 표준치료다. 그러나 비만을 동반한 OSA의 핵심 치료가 체중감량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생활습관 개선을 가장 먼저 강조한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운동과 식이조절만으로 충분한 체중감량을 이뤄내는 환자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식욕 조절이 쉽지 않고 기존 체중감량 약물은 효과가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마운자로는 OSA 치료에 새로운 선택지가 된 것이지요."

이 교수는 "약물치료를 무조건 첫 단계로 사용할 필요는 없으며, 생활습관 개선에도 불구하고 체중 감량이 어려운 BMI 30kg/m² 이상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기존 양압기 치료 중 순응도가 낮은 환자에게도 마운자로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 적용은 향후 과제…"환자 접근성 높이려면 사회적 논의 필요"

현재 마운자로의 OSA 적응증은 비급여로만 처방 가능하다. 이 교수는 "비용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지만, 치료하지 않고 발생하는 심혈관계 합병증이나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 비용은 더 클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추가 연구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 연간 약 13만 명 진단 환자 중 BMI 30 이상 환자는 약 20% 정도로 추정되며, 향후 비만 증가에 따라 처방 대상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현재 다양한 비만치료제 연구가 기존의 체중감량·심혈관 개선을 넘어 OSA 등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향후 경구제 형태를 포함한 다양한 OSA 약물의 개발이 치료 대상 환자를 넓히고 비용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현재로서는 최초의 OSA 약물 치료라는 점에서 마운자로의 임상적 의미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 환자 개인의 체중·비용·순응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