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대선 때 '몰표' 줬는데…尹하고 똑같다" 이재명 향한 배신감

의협 범대위 궐기대회서 비판 목소리 잇따라 의료계 반대에도 주요 정책 강행에 현장 반발

2025-11-16     고정민 기자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수호 대책특별위원회'는 16일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까지 행진했다(ⓒ청년의사).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의료계 분노가 심상치 않다. 정권 출범 초기 의정 갈등 해결과 대화를 내세운 이 대통령에게 고마움까지 표했던 의사들이 이제는 "윤석열과 다를 바 없다"며 총력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등 '지·필·공' 정책에서 시작된 균열이 '3개 악법'을 거치며 극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최정섭 회장은 16일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국민건강수호 대책특별위원회'가 국회 앞에서 연 '국민건강수호 및 의료악법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에서 3개 현안을 규탄하고 정부·여당의 정책 강행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의사들은 이번 대선에서 전 정권보다는 나으리라는 기대감으로 현 정부에 거의 몰빵(몰표)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무너지고 말았다"면서 "정치권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의사를 탄압하는 법안을 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의료계 우려와 반발이 큰 법안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의원들이 의사를 질투하는 것은 아니냐"고도 했다. "의사를 질투하는 약사·한의사·사회복지사 출신"이나 "사회주의 의사 출신 의원이 경쟁적으로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11일 보건복지부 세종 청사 앞에서 진행한 '검체 검사 제도 개편 강제화 전면 중단 촉구 대표자 궐기대회'에서도 "전 정권의 의료농단으로 국민과 의료계가 큰 고통을 겪었다. 그래도 의료를 되살리고자 새로운 정권에 힘을 실어주니 이번에는 여당 내 약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출신 의원들이 쓰나미처럼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현장에 모인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의사들을 힘들게 한다", "대통령을 몰아내자"는 외침도 나왔다.

현 정부가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은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도 이어졌다. 거리행진 뒤 민주당사 앞 자유발언에 나선 한 참가자는 "이 대통령은 합리적인 정책 수립을 강조하지만 지금 나오는 악법만 보면 지난해 갑자기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한 전 정권보다 더 심한 것 같다"면서 "정부·여당은 '정책폭주'를 멈추라"고 했다.

이어서 연단에 오른 충청북도의사회 양승덕 회장은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과 올바른 의료 제도는 도외시하고 막연히 본인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며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11일과 16일 연속 궐기대회를 마무리한 의협은 다음 단계 준비에 들어갔다. 김택우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범대위는 이날 궐기대회 후 대책회의를 열고 '성분명 처방 강제화'법과 한의사 엑스레이(X-ray) 합법화, 검체 검사 위수탁 개악 저지 방안을 논의한다. 의료계 반발 속에 정부는 예정대로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검체 수탁 개편 관련 내용을 상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