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20년하고도 "의사 할당하자" 소리 나오는 일본의 실패
의대 졸업 후 9년 지역 근무 '지역틀' 제도 엇갈린 평가 日 장부승 교수 "강제·처벌로는 지속 가능 효과 어려워"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을 확정했지만 제도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수십년 앞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일본조차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의사 할당제를 거론할 정도다. 이런 '일본의 실패'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부승 일본관서외국어대학 정치학 교수는 지난 12일 성남시의사회가 '지역의사제는 성공할까: 일본의 경험'을 주제로 연 공개 강연에서 일본 지역 의료 인력 정책 현황을 논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의사 쏠림 시정을 위한 종합대책 패키지' 계획안을 공개했다. 의사 인력 감소 속도가 인구 감소보다 빠른 지역을 지정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의사가 집중된 지역에서 인력 파견을 활성화하고, 중견·시니어를 중심으로 재교육 기회를 부여해 지역 근무를 돕기로 했다. 새로 개원하면 부동산 취득부터 병원 운영까지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인력 양성 방면에서는 의대의 '지역틀(지역의사 전형)' 정원을 확대하고, 졸업 후 인턴 과정에는 의사 부족 지역에서 수련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대책은 같은 해 4월 후생노동성 다케미 게이조 장관이 "의사 쏠림을 나라 차원에서 관리해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발언한 이후 나왔다. 장 교수는 인력 불균형을 "지역별로 의사를 할당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의 위기의식"이 반영됐다고 본다. 이같은 기조에서 지역별 할당제나 의사 집중 지역의 의료 수가 삭감, 의대 정원 감축도 고려됐으나 "사회적 반발이 거세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의료계는 규제가 아닌 지원을 통한 "자발적 지역 정착을 지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사회는 종합대책 패키지와 결부해 1조원 규모 인센티브를 요청하고 있다. 의대생 단체인 전일본의학생자치회연합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지역 의료 근무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달라"고 했다.
의대생들은 종합대책에 앞서 약 20년간 운영된 지역틀의 부작용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지역틀은 의대 졸업 후 9년간 지정된 지역·진료과 의사로 근무하는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학업을 지원한다. 지난 2008년 이후 늘어난 의대 정원 대부분 이 지역틀 전형에 배정됐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가 중도 이탈자에게 지원금 반환은 물론 위약금까지 부과해 논란이 됐다. 의학생자치회연합은 여기 더해 지역틀 졸업자는 의무 근무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차별받아도 항의하기 어렵다며 제도의 "처벌적 성격을 버리고 지원을 강화하라"고 강조한다.
사회적 논란 속에 2019~2020년 후생성 조사에서 전체 지역틀 졸업자 9,707명 가운데 4.6%(450명)가 지정 지역을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임상연수(인턴) 수료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지정 지역을 떠나겠다는 응답이 꾸준히 10% 이상을 기록했다. 장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탈률이 늘어난다는 불길한 징조"라고 해석했다.
장 교수는 "20여년간 지역틀로 지역 근무 의사를 양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은 의사 쏠림을 해결하지 못했다. 장관이 나서서 지역 강제 할당제를 해야 한다는 폭탄 발언을 할 정도"라면서 "일본 의대생들은 '의사는 정책 도구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이라며 처벌이 아닌 인센티브와 정확한 정보 공유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도 일본의 경험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