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이후 '각자도생 시대'…醫 내부 거버넌스 한계 숙제

문석균 부원장 "내부 단합 못해 협상력 손실…제떄 전략 못 세워" 김민수 전 이사 "세대 간 입장차 극복 못해…유대감 회복 고민을"

2025-11-09     고정민 기자
(사진 출처: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학술대회 중계 화면 갈무리).

의정 갈등을 거친 의료계가 전략 부재와 세대 갈등이라는 새로운 숙제 앞에 고민하고 있다.

9일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의료정책연구원 문석균 부원장은 '의정 갈등의 교훈과 지속 가능한 대책'을 논하며 의료계 내부 정책 결정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문 부원장은 "강경 일변도인 정부에 맞서면서 의료계조차 내부 거버넌스의 한계를 경험해야 했다"며 "의정 갈등 시기 내내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단일한 대화 창구가 부족했고, 협상력이 분산됐다"고 했다. 의협은 "정부에 외면당하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독자 노선을 고수하며 의협과 선을 그었다"고 했다. 여기 더해 교수 사회까지 "별도 단체를 구성"하면서 의료계 협상력이 손실됐다고 봤다.

이렇게 협상력이 분산되면서 "강경 노선만 부각되고 유연성을 발휘할 온건파가 배제"되며 "전쟁만 하고 외교는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후로도 강경 노선을 고집하며 "제때 출구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정권 교체 후로도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 부원장은 "상황 변화에 따른 접근이 어려우니 내부 동력은 약화되고 국민적 지지를 잃었다"면서 "결국 정부는 물론 의료계도 환자와 국민의 시각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직역 이기주의'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말았다"고 했다.

'의정 갈등: 전공의의 선택과 결과'를 살핀 김민수 전 의협 정책이사 역시 "의정 갈등 대응 과정에 전공의 사회가 충분히 단합하지 못했고 의정 사태를 대하는 세대 간의 시선 차이도 분명 존재했다"고 봤다. 김 전 이사는 대전협 집행부를 거쳐 의정 갈등 시기 전공의 출신 임원으로 의협 집행부에서 활동했다.

김 전 이사는 "평소 의료 정책에 대한 다양한 제언을 내놓았던 수련병원의 전문가 집단도 (의정 갈등 관련)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설득력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젊은 의사들 사이에는 의료계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설득하거나 관점을 공유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김 전 이사는 "지난 정권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나 '의료개혁' 실행 방안보다 더 큰 문제가 의료계 앞에 산적해 있다"며 "'각자도생 시대'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세대·직역 간 유대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이를 공유하며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