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업도 실습도 졸업도 '혼란·분열' 계속
의대협 김서영 의장 "의학 교육 정상화 대책 부재" "의대생 사회 참여 뒷받침할 '새 교육 과정' 마련을"
의학 교육 현장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예과(예과)는 24·25학번이 뒤섞여 한꺼번에 수업받고, 의학과(본과)는 서로 단절된 채 여전히 안갯속인 졸업과 진학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의대생들은 의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와 '새로운 교육 과정'을 요청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김서영 대의원회 의장(이화의대 본과 2학년)은 9일 대한의사협회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의대생 복귀: 선결 과제와 대책'을 논하면서 분열된 의학 교육 커리큘럼과 학생 공동체 통합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의대생이 개별적으로 복귀하면서 수업 개시 시점이 달라졌다. 8월 복귀자의 수업 진도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고 선(先)복귀자의 2월 개강 시점을 조정하는 대학도 있지만, 합류 시점을 내년까지 미룬 곳도 있다"면서 "커리큘럼이 분리되면서 수업 운영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이 이중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분리 수업이 이어지면서 의대생들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고 다른 집단으로 나누어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본과 4학년은 이런 시간적 분리가 졸업까지 계속된다"고 우려했다.
본과 4학년 교육 커리큘럼과 24·25학번 '더블링' 문제도 해결책이 부재하다고 했다.
김 의장은 "본과 4학년생 복귀 후 국가고시 응시 일정이나 수련 진입 시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2학기를 추가로 다니며 등록금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4학번과 25학번은 "최소 150명에서 최대 300명이 한 학년에 존재한다. 더블링이 해소되지 않으면교육 환경 양극화는 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라면서 "공간·시간적 분리 계획이 필요하다. 의대 6년 교육 과정 중 두 학번의 분리 시점과 격차, 의료 현장 수용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을 거치며 의학 교육이 위기를 맞은 원인은 "의대생 당사자가 참여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구조"에서 찾았다.
김 의장은 "의학 교육 정책 전반에 걸쳐 제대로 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의대생과 교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경로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면서 "단발성 대화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유지되도록 상설 협의체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 의대생과 교육계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을 요청했다. 의대생에게는 "사회와 정책의 변화에 주목할 수 있는 교육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장은 "합당한 주장을 제기하고 이를 관철하려면 협상할 수 있는 입지와 역량이 필요하다. 의대생 역시 그에 맞는 역량을 갈고닦아야 한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커리큘럼이 제시돼야 한다.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의료계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 포함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18개월의 투쟁은 의대생의 가치관 변화로 이어졌다. 이제 변화한 인식과 가치관을 뒷받침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의대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능력일 기를 수 있도록 선배 구성원이 함께 의대생의 사회적 참여를 돕고 이끌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