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이후의 삶, 이제 장기 생존을 준비해야 할 때
대한폐암학회, 환자 중심 활동 강화…"치료를 넘어 삶으로"
과거 가장 치명적인 암으로 꼽히던 폐암이 장기 생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등 혁신 신약의 등장으로 치료 성적이 향상되면서, 이제는 환자의 완치 이후 삶과 사회 복귀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커지고 있다.
대한폐암학회는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환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치료 이후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환자 중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폐암학회는 지난 6일 열린 '2025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KALC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해오던 '폐암의 날(Lung Cancer Awareness Day)' 행사를 대면으로 재개했다.
올해 행사는 '폐암 이후의 삶(Life after Lung Cancer)'을 주제로, 강연과 환우 인터뷰, 청중 참여 토크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와 일반 국민이 직접 소통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우홍균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은 "'폐암의 날' 행사는 학회가 10년 가까이 꾸준히 이어온 행사"라며 "팬데믹 이후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지식 전달 위주로 변했지만, 올해는 환자분들의 감정과 삶을 함께 나누는 본래 취지를 되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 이사장은 이어 "흡연과의 연관성 때문에 폐암은 여전히 스티그마가 큰 질환"이라며 "환자들이 죄책감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이번 행사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회복하고,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했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도 환자단체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격려가 이어졌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치료를 넘어, 삶으로"…사회 복귀와 인식 개선 강조
폐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완치 이후의 삶과 사회 복귀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강진형 대한폐암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은 "치료 후 5년 이상 경과한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사회 복귀율은 여전히 높지 않다"라며 "폐암 환자들이 '내가 잘못해서 생긴 병'이라며 스스로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또 "진정한 치료의 목적은 단지 생존이 아니라, 환자들이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가 온전한 일상과 역할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객관적 정보 확산 위한 교육·홍보 강화
때문에 학회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교육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 이사장은 "학회 유튜브 채널에 현재 80편 이상의 환자 교육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며 "객관적이고 검증된 치료 정보를 환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회는 이날 행사에서 환자와 가족이 폐암 진단 및 치료 과정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폐암 환자를 위한 병리검사 안내서'를 새로 제작해 배포했다.
강 회장은 "정밀의료 시대에는 병리와 분자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유전자 검사·동반진단 등 맞춤형 치료의 이해를 높이고 환자들이 스스로 검사 결과를 이해하고 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서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폐암, 이제는 장기 생존을 이야기할 때"
학회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면역요법의 조기 단계 적용과 항체-약물접합체(ADC), T세포 기반 치료 등 차세대 전략을 공유했다.
신약 발전과 함께 폐암이 더 이상 절망적인 질환만은 아니며, ‘장기 생존’이 현실이 된 만큼 학회의 역할도 치료에서 ‘삶’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 회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환자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폐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이 치료 이후에도 일상과 사회생활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도록 학회가 든든한 동반자로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