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이 방지법=119 민원해결법"이라고 응급醫들이 반대하는 이유

"수용 불가한 '정당한 사유'를 특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인력 수급도 예산 확보도 불가능한 비현실적" 지적도 "이전 시스템·대책 다 실패…이대로면 예산·행정 낭비" 경고

2025-11-07     고정민 기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119 강제 수용 입법 저지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법안 문제점을 지적했다(ⓒ청년의사).

응급의료 현장은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겠다며 나온 법을 "비현실적인 수용 강제화법"이자 "119 민원 해결법"으로 여긴다. '무조건 수용'에 응급실 과밀화는 더 심해지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각종 법적 책임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법 리스크' 완화와 119 이송 관리·감독 체계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대한의사협회 용산회관에서 119 강제 수용 입법 저지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법안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에 119 간 핫라인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응급실 운영 상황과 수용 능력도 통보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당 김윤 의원이 지난 4일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수용이 불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이를 사전 고지하도록 했다. '정당한 사유'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최종치료' 개념도 명확히 정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응급의료 현장은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본다. 응급실 핫라인과 응급의료상황판 ,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이 "이미 존재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 안도 "최종치료 책임을 응급의료 현장에 전가하고 '전화를 통한 수용 확인' 절차를 삭제해 연락 없이 이송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수용이 불가한 '정당한 사유'를 "특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고지하는 것 역시 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전담 인력 최소 1,000명 이상을 확보하는 데 연간 500억~6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봤다. "인력 수급도 예산 확보도 불가능한 비현실적 법"이라는 것이다.

"사법 리스크 완화와 119 관리·감독 강화 선행"

응급의학과의사회는 해당 법안이 "119 구급대원 민원 해결법"이 되지 않으려면 법적 부담 완화와 119 이송 관리감독 체계 강화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응급 처치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을 기본으로 119 이송 관리·감독 체계 강화와 적정성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119 이송 연간 300만건 가운데 최대 40%가 경증 환자다. 119의 '도덕적 해이'를 짚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장에 '119 이송 환자는 응급 환자'라는 믿음과 신뢰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법안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같은 조치가 선행하지 않는 한, 그간 전시행정·탁상공론식 응급의료 대책처럼 예산과 행정력만 소모하고 실패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비겁한 책임 전가를 중단하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