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일하니 아무도 신경 안써…외과, 10년 내 없어진다”

대한외과학회 ‘2025년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서 토로 의정갈등 거치며 전공의 수 급감…기존 전문의 고령화도 문제 ‘3년제 개편·PA 간호사와 공존·대기시간 보상’ 등 고민 필요

2025-11-06     곽성순 기자
대한외과학회는 6일 오후 개최한 '2025년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외과계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대로면 10년 내 외과 전문의가 없어진다고 경고했다((ⓒ청년의사).

대한외과학회가 외과 전문의 고령화 등으로 위기의 심각 단계를 넘어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며 외과계 지원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 내부적으로는 3년제 수련제도 개편, 진료지원(PA) 간호사와 공존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외과학회는 6일 개최한 ‘2025년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외과학회는 현 외과계 상황을 설명하며 오랜 시간 지속돼 온 외과 위기가 지난 의정 갈등을 거치며 더욱 악화됐다고 했다. 지난 2024년 472명이었던 외과 전공의는 의정 갈등 후 229명만 복귀했으며 외과의사를 꿈꾸던 172명의 1년차 전공의 대부분이 그 길을 포기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2026년 전공의 정원 역시 대폭 축소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외과 전문의 배출 감소는 더 심화돼 외과는 단순한 위기가 아닌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특히 외과 전문의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10년 전과 비교해 3.6세 증가한 53.1세며 이는 모든 전문과목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더해 40대 이하 전문의 수는 지난 2014년 대비 6.2%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과는 지난 2019년 ‘역량 중심 수련’을 강조하며 전공의 수련 3년제로 전환, 상급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고난이도 수술을 담당하는 Surgeon Specialist,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반적인 수술을 담당하는 Surgeon Generalist, 수술환자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Surgeon Hospitalist를 균형 있게 양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3년제 진환 이전과 비교해 3년제 수련과정에서 배출된 외과 전문의들 역시 상급종합병원에 67%, 병원·의원에 29% 분포하고 있으며,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국에서 60명 수준에 그치고 있어 목표했던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감당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학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속에서 역량 중심 수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년제로 전한된 현재 수련구조를 평가하고 더 나은 수련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외과 진공의 3년제 수련제도 전환 후 역량 기반 수련교육 성과평가 연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3년제 수련제도 재검토 착수…국민 관점 고민 필요

학회 이강영 이사장(연세의대)과 이우용 회장(성균관의대)은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외과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3년제 수련 개편에 대해 “외과 전공의 과정은 수련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외과 전문의는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는 과정”이라며 “관련 법을 통해 전공의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련기간 동안) 수련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년제 평가와 더불어 최근 (전공의 수련과 관련한) 다양한 환경 변화에 맞춰 외과 전문의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면서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밀도있는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회 자체적으로 움직이기는 너무 큰 담론이지만 누군가는 이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보사연에 맡긴 연구는 내년 봄 학회에서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3년제를 도입할 때 기본 조건이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였는데, 이제 60시간이 되고 앞으로 더 줄어들게 되면 수련기간 3~4년이 문제가 아니라 수련기간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 임무는 좋은 전문의를 키워 국민들에게 좋은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공의가 희생돼 온 것은 맞지만 이같은 논의 속에서 국민이 빠져있다”며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고 있지만 외과는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위해 어떻게 좋은 외과의사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 시험 후 수련, 수련 질 유지가 관건

최근 논란이 된 전문의 시험 관련 ‘선 시험 후 수련’ 도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선 시험 후 수련에 대해 (학계에서도)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다. 학회는 1년에 전문의시험 2번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에 2월에 한차례 시험을 치르는 것에는 동의했다”며 “다만 후 수련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수련의 질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과 논의 중이지만 학회 한 곳의 의견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후 수련을 제대로 마치는 것을 담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고 그 외는 가정이 너무 많아 이야기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과의사 '대기시간' 보상 필수

이같은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외과의사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외과 특성상 ‘대기시간’에 대한 보상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외과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여러개 있는데,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책수단을 이야기할 때 수가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괴감도 들지만 외과의사는 대기에 버리는 시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에 대한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실에서 1차 진료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단계에서 배후진료했을 때, 행위는 인정받지만 대기에 대해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과의사들이 개인 생활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료지원(PA) 간호사와 공존 고민

진료지원(PA) 간호사와 전공의 간 업무분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재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PA 간호사 업무범위를 정하는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정부에 많은 의견을 개진했고 반영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가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재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의사와 간호사라는 직역 간 (업무의) 큰 틀이 존재하기 때문에 범위 내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고도의 전문가가 해야 하는 업무를 정하고 간호사 업무도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 많은 업무를 전공의가 했다면 이제는 누가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PA 간호사가 (전공의) 수련 역량을 담보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냐는 결정이 있어야 하며, 팀 단위 업무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필수의료문제를 이야기 할 때) 소아, 분만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출산율이 떨어지고 분만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에 비해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의사들이 줄어들진 않았다”며 “하지만 외과, 흉부심장혈관외과 등의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화가 진행되면 노인환자가 많아지고 이식, 암, 뇌출혈, 폐암, 식도암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외과와 흉부외과 의사들이 부족해지는 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외과의사가 없어질때까지) 이제 10년도 남지 않았는데,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외과는 뜨거운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다. 물속에서 서서히 달궈지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는다”라며 “뜨거운 물 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개구리만 챙길 것이 아니라 묵묵히 견디다 죽어가는 개구리 같은 필수과에도 신경써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