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응급실 뺑뺑이는 과연 사라질까?
박종훈의 한칼토크
이번 국회에서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없도록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개정안의 내용은 현장에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시스템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고, 핵심 골자는 응급환자의 수용 가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실에 구급대원이 일일이 전화해서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묻고 움직이느라 결정적인 타이밍을 놓치고 그로 인해 불행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즉, 모든 응급의료기관은 해당 병원의 응급환자를 위한 병상 유무, 해당 전문의의 당직 여부, 중증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제는 길에서 헤맬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런 식의 대책이 왜 과거에는 없었을까?
오래전부터 응급실 뺑뺑이 사고는 늘 있어왔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 그리고 그때마다 정부의 대책은 있었다.
환자가 거쳐 간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행정 처분이 있었고(기관 지정 취소, 과징금 부과와 모 대학의 경우는 전공의 선발 제재까지),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 공유 개선책(119-응급실 연동)은 수도 없이 있었다. 매번 제재와 대책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응급의료기관들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매우 당연한 개선책이 나왔는데, 그렇다면 과연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응급실 뺑뺑이는 사라질까? 그런데 만일 응급환자 수용 가능 정보를 허위로 올리거나 아니면 실제로 수용 불가한 현실을 그대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
분명 현장의 상황을 보면 그런 일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필자의 느낌은 과거의 대책에 비해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개선안에서도 정작 중요한 왜 모든 기관이 응급환자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꺼리는 심야 시간대의 중증환자 진료, 이러다가 결국은 응급 의대 만든다고 하지 않을까?
어느 병원이나 전문의들은 심야 시간대의 근무조가 따로 있지 않다. 교대 근무는 응급실에만 있는 시스템이다. 응급실을 거쳐 실제 환자를 처치해야 하는 대부분의 임상과는 낮 근무와 밤 근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당직은 낮 근무를 다 하고 돌아가면서 전공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니까 야간 당직 전문의는 낮에 쉬다가 밤에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대학병원 산부인과에 산과 전문의가 몇 명이나 될까? 대부분 한두 명일 것이다. 낮에 근무하고 밤에도 응급환자를 위해 일한다? 열정으로 한 몇 년은 버티겠지. 지속 가능할까? 정형외과 당직 전문의를 보자. 매일 전공 분야가 다른데 당직을 한다. 내 전공과 무관한 분야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집에서 쉬고 있는 전문의를 심야 시간대에 불러서 치료하라고 할 수 있을까? 낮과 밤에 교대로 근무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세상에서 주로 심야 시간대에 발생하는 응급의료에 빈틈이 없을 수 있을까? 열정만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은 결국은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가능하지도 않은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제도만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하고 있다. 낮 근무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필수 의료 분야가 심야 시간 환자의 대부분인데, 수용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보고하라? 발상부터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안이 있냐고? 대안이야 있지. 말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