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약가 인하·접근성 확대 기대
'임상'에서 '분석' 중심으로…국내 기업에 '기회의 창' 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요구돼 온 비교임상연구(Comparative Efficacy Study, CES)를 대폭 축소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고가의 생물의약품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개혁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교 연구는 '예외적 상황만'…분석 기반 허가 체제로 전환
이번 조치는 FDA가 지난 10월 발표한 가이드라인(Scientific Considerations in Demonstrating Biosimilarity to a Reference Product: Updated Recommendations for Assessing the Need for Comparative Efficacy Studies) 초안에 근거한다.
새 지침은 기존 2015년판 가이드라인의 핵심 절차였던 비교 임상연구 의무를 대폭 완화하고, 대신 고감도 분석(analytical assessment), 인체 약동학(pharmacokinetic, PK) 및 면역원성(immunogenicity) 자료를 중심으로 '총체적 증거(totality of evidence)'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FDA는 "현재의 분석 기술은 두 제제 간 구조적·기능적 차이를 임상시험보다 더 민감하게 검출할 수 있다"며 "분석적 자료와 약동학 연구로 임상적 차이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면, CES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기간 1~3년, 2,400만 달러 절감 효과…개발 부담 완화 가시화
FDA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은 평균 1~3년이 소요되고 약 2,400만 달러(약 330억 원)의 비용이 드는 비교임상연구을 수행해야 했다. 새 지침은 이 절차를 생략하거나 최소화함으로써 개발 비용과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특히 중소 제약사와 신흥 바이오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FDA는 "불필요한 임상시험을 줄여 기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목표는 '약가 인하'와 '환자 접근성 확대'
FDA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절차 간소화에 그치지 않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식 성명에서 "이번 개혁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약가를 낮춰 환자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고가 생물의약품의 독점적 구조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제한해왔다"며 "FDA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Make America Healthy Again'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내 생물의약품은 전체 처방의 5%에 불과하지만, 약제비 지출 비중은 전체의 51%를 차지한다(2024년 기준). 반면,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는 76개에 불과하며, 시장점유율은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FDA는 "이 불균형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경쟁 촉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교체 투여 연구 권장 폐지…상호대체성 확대
이번 개정에는 '교체 투여 연구(switching study)' 완화 조항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간 교체 처방(interchangeability)을 위해 추가적인 전환 임상시험이 요구됐으나, FDA는 "이제 대부분의 경우 스위칭 스터디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조지 티드마시 국장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효율적 규제를 통해, 바이오시밀러가 더 빨리 환자에게 도달하도록 하겠다"며 "상호대체성(interchangeability) 인정 절차도 단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 美 진출 '우호 환경' 조성 기대
한편,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게는 이번 FDA의 규제 개혁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허가 경험을 쌓아온 만큼, 임상 축소·분석 기반 평가 체제로의 전환은 진입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FDA의 규제 완화는 단순히 임상 부담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기술력 중심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 시장은 비교임상연구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지만, 이번 지침으로 약동학과 면역원성 중심의 데이터만으로 허가가 가능해지면, 국내 기업들도 개발 전략을 전면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임상 경쟁'에서 '분석 기술력 경쟁'으로의 무게 중심 이동을 의미한다.
FDA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비구속적(nonbinding) 초안'으로 공표하고, 60일간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본을 확정할 예정이다.
FDA는 "이번 조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과학 기반의 합리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바이오시밀러 개발·승인 체계는 임상 중심에서 분석 중심으로 대전환을 맞게 됐으며,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시장 전략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