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폭압 맞설 유일한 저항 수단" …전국의사노조 결성 추진

[인터뷰]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노조, 파괴적 투쟁 막는 합리적·합법적 쟁의 보장" 의협 중심 벗어난 '새 투쟁 조직' 必…"지원할 것"

2025-10-21     고정민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지난 17일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의사노조 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청년의사).

지난 20일 0시, 정부는 1년 8개월여 만에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시작한 의정 사태가 끝났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 혼란은 여전하다. 정부와 의료계가 도로 마찰을 빚으면서, 다시 투쟁을 외치는 의료계는 '제대로 잘 싸우는 법'으로 고민이 깊다. 병원 봉직의 단체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노동조합'에서 답을 찾고 있다.

지난 17일 출입기자단과 만난 병의협 주신구 회장은 의사노조야말로 "의료계 투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이자 사실상 "유일한 저항 수단"이라고 했다. 업무개시명령에 더해 '필수의료유지' 법제화까지 추진되는 상황에 맞서 의료계가 "노동법에 근거해 쟁의행위를 보장받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주 회장은 "지난 의정 갈등을 거치면서 의사노조 조직을 통한 합법적 쟁의행위만이 정부의 폭압을 막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병원별 의사노조 결성을 넘어 전국의사노조 결성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제까지 의료계 투쟁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기본적으로 의협은 투쟁에 적합하지 않은 조직"이라고 했다. 의료계에는 "투쟁에 적합한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고, 의사노조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했다.

주 회장은 "노조라고 하면 대개 극단적 움직임을 떠올리기 쉽다. 오히려 파괴적 투쟁을 막고 합의에 의한 단체행동으로 가는 장치라고 보는 편이 옳다. 만일 이전의 의정 사태에서 전공의들이 노조를 통한 투쟁이 가능했다면, 사직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내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성분명 처방과 한의사 엑스레이(X-ray) 허용, 검체 검사 위수탁 고시 개정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안을 대표 발의한 이유도 비슷하다. 주 회장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의료기사 단독 개원 등 불리한 현안이 몰려오는" 시점에 의협 집행부를 중심으로 하는 투쟁은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그렇기에 대의원회 중심 비대위를 조직해 현안에 대응하고, 전국의사노조 결성을 독려해 의료계 투쟁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따라서 의협이 "하루빨리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병의협과 기존 의사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전국의사노조 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 차원에서도 의사노조 활성화 지원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결성된 교수와 봉직의 노조가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신생 노조 탄생을 위해 그 중요성을 꾸준히 홍보할 예정이다. 지난 10일에는 전국전공의노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공의 노조 지원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개원의 노조 결성도 준비하고 있다.

병의협이 전 직역에 걸쳐 폭넓은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는 "교수·개원의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 전공의·의대생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세대의 한중간이라는 봉직의의 특수한 위치"에서 찾을 수 있다. 주 회장은 "의료계 세대 갈등을 방치하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맞서 싸울 동력을 절대 만들지 못한다"면서 "세대 한 가운데에 있는 봉직의가 갈등을 해소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노조는 주 회장이 추구하는 "봉직의 근무 환경 개선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주 회장은 병의협과 의사노조가 "상호보완적 관계를 맺고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이룩하리라 믿는다"면서 "이를 통해 어느 한편에서 소외된 구성원을 다른 한편에서 보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회원에게도 "의사는 의료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의사노조에 적극적으로 가입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병의협은 앞으로도 봉직의 회원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올바른 의료 시스템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