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임핀지' 급여 확대에 변수는 '키트루다'?
10월 약평위 향방에 주목…담도암·간암 재심의 주목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가 최근 급여 확대를 시도하는 가운데, 경쟁 약물인 MSD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복잡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키트루다가 약가 인하의 압박 요인인 동시에 담도암에서 임핀지에게 단기적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된 것이다.
임핀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항 PD-L1 면역항암제로 2018년 12월 국내에서 최초 허가를 받은 이후 폐암, 담도암, 간암, 자궁암, 방광암 등을 포함해 총 8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그러나 현재 임핀지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적응증은 절제불가 3기 비소세포폐암 공고요법 단 1개뿐이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의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다른 면역항암제와 경쟁이 치열한 적응증에서 무리하게 급여를 확대할 경우, 임핀지의 약가를 경쟁 약제 수준으로 크게 낮춰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임핀지의 비급여 월 투약비용은 약 1천만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다른 면역항암제와 비교해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서 임핀지의 급여 확대를 더이상 미룰 수는 없는 상황. 결국 비교적 경쟁이 제한적인 담도암과 간암 1차 치료를 우선 대상으로 삼아 급여 확대에 나섰다.
지난 9월 초 열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 심의 안건으로 오른 임핀지는 '재심의' 판정을 받았다. 작년 11월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통과하고 무려 10개월 넘게 기다린 약평위였지만, 결과는 재심의.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는 10월 2일 열리는 약평위에 임핀지 안건이 재상정되길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선 경쟁약인 키트루다의 상황 변화가 임핀지 급여 논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같은 날 약평위에서 키트루다의 11개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 안건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키트루다가 약가 협상에 성공해 11개 적응증에서 급여가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대폭적인 약가 인하가 이루어진다면 담도암 1차 치료에서도 임핀지와 동일한 적응증을 갖고 있는 만큼 임핀지의 비용효과성 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키트루다의 비급여 월 투약비용은 500만원대 수준으로, 여기서 약가가 더 떨어진다면 이는 임핀지 약가 협상에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키트루다의 급여 확대가 임핀지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담도암 1차 치료에서 환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임핀지를 급여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평위를 통과한 키트루다의 11개 적응증에는 담도암도 포함돼 있지만, 이는 2차 이상 단독요법에 한정된다. 임핀지와 직접 경쟁하는 1차 병용요법은 제외됐다. 업계에서는 키트루다가 이번 11개 적응증 일괄 급여 확대에 따른 가격 인하 부담으로 당분간 급여 확대 신청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담도암 1차 치료에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면역항암제는 사실상 임핀지 하나뿐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담도암 1차 치료에 급여 적용 옵션이 전무한 상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간암에서도 임핀지의 급여 확대 논의는 복잡하다. 특히 간암 1차 치료에서 임핀지는 항 CTLA-4 기전 면역항암제 '이뮤도(성분명 트레멜리무맙)'와 병용요법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뮤도의 급여 신설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이미 간암 1차 치료는 임핀지와 동일 기전의 면역항암제인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VEGF 억제제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더해 임핀지+이뮤도 이중면역요법과 동일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이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BMS와 오노약품이 고가 전략을 유지하면서 임핀지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현 표준요법인 '티쎈+아바' 수준에 맞춰야 하는 제약 탓에 상황은 여전히 복잡하다.
결국 정부는 양면적인 선택지 앞에 놓여 있다. 키트루다 급여 확대가 임핀지 약가를 끌어내리는 압박 요인이 되는 동시에, 담도암 1차 치료라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임핀지를 급여로 인정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재정 부담과 약가 협상이라는 구조적 난제가 있지만,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담도암 1차 치료에서 임핀지가 급여 옵션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핀지 급여 확대의 향방은 다가오는 약평위 재상정 결과에 달려 있다. 키트루다가 '가격 압박'과 '기회 제공'이라는 상반된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면서, 임핀지가 이번 심의에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