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진단기기 사용 요구 속…"'초음파는 의사가' 대원칙 의료계부터 지켜야"
한국초음파학회 "법적 '회색지대' 불구, 대원칙 변함 없어" 의료계 일각 초음파 개방 움직임에 "자중해야" 경고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료계에 큰 '회색지대'를 만들었다. 의료계 일각조차 다른 직역에 초음파를 개방하려 하면서, 한의계의 의과 진단기기 허용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초음파학회 신중호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회색지대에도 불구하고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허용될 수 없다. 초음파 진단은 의사가 직접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에 변함없다"고 분명히 했다. 소노그래퍼(Sonographer)나 간호사에게 초음파 진단을 일임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신 회장은 "엑스레이 등 다른 진단기기와 달리 초음파 검사는 의사가 환자를 대면해 실시간으로 진단한다. 해부학 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병리 상태 등을 종합해 실시간으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며 "교육 과정에서 이를 거의 배우지 않은 한의사가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신 회장은 "한의계는 환자 진단에서 재현성이나 신뢰 문제 때문에 현대 진단기기 사용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침습적 행위가 아니고 환자에게 위해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초음파 사용이 괜찮다는 논리는 곧 발사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면서 어린아이에게 권총을 쥐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일각에서 초음파를 다른 직역에 맡기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한국초음파학회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학회가 간 질환 진단을 위한 전단파 탄성도 검사 강의를 간호사에게 개방하고 이수증을 발급하기로 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초음파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다른 직역에게 탄성도 검사 인증을 주겠다는 발상이 나왔다고 본다. 본인이 검사를 직접 하지 않고 대신 시키려다 보니 불거진 일"이라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초음파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다. (다른 직역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은) 자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초음파학회는 한의사 의과 진단기기 사용에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도 여기 있다고 봤다.
신이철 총무이사는 "초음파 교과서부터 (초음파는) 진찰하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의사 초음파 대응에) 의료계 의견이 잘 모이지 않는 것은 결국 의료계 일각에서도 의사가 초음파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지 않으니 의료계 안에서도 혼란이 생기고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고 봤다.
이정용 이사장(대한내과의사회장)은 "의료계 컨트럴타워가 필요하다. 이런 시기에 대한의사협회가 역할 해야 한다. 초음파 관련 문제가 또 불거진 이후에 '대응 TF'라는 조직을 만드는 것으로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학회 차원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 위험성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신 회장은 "초음파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공감하는 단체라면 어떤 단체와도 연대해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면서 "한국초음파학회는 설립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쉬지 않고 초음파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초음파 인증의 제도를 운영해 왔다. 앞으로도 초음파 검사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