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사제 빠진 '필수의료 강화법' 복지위 소위 통과 

필수의료 정의·재정 근거 특별회계 명시 이수진 의원 "기재부, 예산 명확히 해야"

2025-09-23     김은영 기자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청년의사).

'필수의료 강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필수의료를 정의하고 '특별회계' 방식으로 재정을 마련하도록 구체화했다. 지역의사제 내용은 빠졌다.

복지위는 23일 국회 본청에서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열고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원에 관한 법률안’,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특별법안’, 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을 병합심사해 의결했다. 이날 법안소위는 3건의 법안을 포함해 16건을 상정해 심사했다.

세 법안은 공통적으로 ▲필수·지역의사 개념 정의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종합·시행계획 수립 ▲필수의료 실태조사 수행 등 근거 마련 등을 담고 있다. 또 지역의사제 도입과 필수의료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해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도모하고, 필수·지역의료 지원에 사용되는 기금 설치 등을 공통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법안소위에서는 네 차례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었던 ▲필수의료와 진료권·자체충족률 정의 ▲지역의사제도와 관계 ▲재정 마련 방식 등에 합의했다. 그 결과, 회의 시작 10여분 만에 대안을 마련해 처리했다. 최종 법안명은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특별법적 성격을 고려해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으로 결정했다.

법안은 필수의료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료분야'로 정의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정해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해 모호성을 줄였다. 법률에서 큰 틀을 정하고 구체적 범위는 정부가 정하도록 한 것이다.

진료권은 '효율적인 의료자원 관리를 위해 의료이용과 의료자원 현황 등을 고려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고시하는 행정구역'으로 규정했다. 다만 진료권 지정 과정에서 질환 특성과 골든타임 등을 고려해 대·중·소 진료권을 구분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신중히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필수의료 자체충족률은 김윤 의원 제안을 반영해 '필수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진료권 내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은 비율'로 정의됐다. 여기서 '적절한 치료'는 환자가 경증·중등도 환자가 해당 요양기관에서 진료와 치료 받은 경우로 정리했다. 이는 지자체 성과평가와 관리, 필수의료 취약지 지정 등을 위한 구체적 지표로 활용된다.

재정 마련 방식도 정리됐다. 필수의료 지원 재정은 '특별회계'로 규정해 추진 근거를 명확히 했으며, 향후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다만 정부 종합계획 수립과 지자체 세부 계획 마련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기재부의 조속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료권별 필수의료 진료협력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수의료 거점의료기관’을 지정하도록 했다. 진료권 내 의료수요에 맞춰 필수의료 전문센터도 지정해 전문 진료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취약지 내 보건의료기관과 협력체계 참여 기관에는 별도의 수가를 지원한다.

더불어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도 지역이 당면한 필수의료 과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하도록 책무를 규정했다.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관련해 타 법에 우선해 적용하도록 했다. 지역필수의료 수가는 필수의료 취약지 내 보건의료기관, 필수의료 진료협력체계 참여 의료기관 등에 지원하도록 했다. 진료협력체계 참여 의료기관에는 거점·진료센터도 포함됐다.

쟁점이 된 지역의사제 도입은 별도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이번 제정안에는 담지 않았다. 복지위는 지난 22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제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 때 필수의료 강화법에 포함된 지역의사제 관련 내용도 함께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수진 의원은 2법안심사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수의료 붕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를 늦추는 것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미 제출한 법안을 토대로 충분히 검토가 가능했고 남은 이견을 조율해 소위 차원에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역의사제는 입학·계약형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어 단일 모델로 한정하기보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지원과 연계해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했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특별회계로 통과시켰다. 기재부에서 예산을 채워줘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재부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하게 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라며 "기재부에서 적극적으로 예산 관련 의견을 확실하게 정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강화가) 국정 과제고 정부가 종합계획을 세우는 데도 1년 가까이 걸린다. 또 시도지사가 세부 계획을 세워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연결된 계획이 실행되는데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법안소위가 오늘(23일)로 네 번째다. (논의가 늦어지지 않도록) 기재부에 예산을 분명하게 해결해 달라고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