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찬생각] 끊임없는 한의계 권한 확대 요구, 해법은 하나다

곽성순 기자의 ‘꽉찬생각’

2025-09-19     곽성순 기자

최근 국회를 통과한 문신사법을 두고 보건의료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제도권 편입이 법안의 핵심인데, 정작 논란을 이끄는 주체는 한의사들이다. 한의계는 문신 역시 자신들의 의료행위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료 영역 확대를 위해 한의계가 목소리를 높여 온 것은 비단 이번 사안만은 아니다.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 사용, 진단보조기기 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의계는 지속적으로 권한 확대를 요구하며 의료계와 충돌해 왔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갈등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그동안 꾸준히 의료일원화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정적 순간에 늘 직역 간 이해 관계 조정에 실패하며 결실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한의계 권한 확대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거세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사안별 갈등 조정은 그저 미봉책에만 그칠 뿐이란 이야기다.

결국 이러한 끊임없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고민할 때다. 양 직역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고 교육·면허·진료 기준을 재정립하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 건강이다. 의료 행위는 단순 기술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검증, 체계적 교육을 바탕으로 수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체계가 이원화 돼 의료인 자격과 역할이 중복·충돌하는 구조에서는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해 건강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고, 이중 진료 등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도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 직역 간 갈등은 정부 보건정책의 일관성도 흔든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각종 의료 시술이나 보험 적용을 두고 충돌할 때마다 보건당국은 갈등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국민 건강을 위한 중장기 정책은 뒤로 밀리고 정책 결정이 직역 간 힘겨루기의 결과물로 전락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결국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신뢰와 효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의료일원화는 단순히 의사와 한의사 두 직역을 하나로 합치는 일로 봐선 안된다. 국민이 안전하고 과학적인 기준 아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기준과 자격체계를 일관되게 만드는 개혁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 체계가 정착되면 의료자원 낭비는 줄고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의료인은 자신들의 권한 수호보다 국민에게 안전하고 검증된 의료를 제공하려는 책무를 우선시해야 한다. 의사와 한의사가 동일한 책임과 기준에서 국민을 진료하려면 지금과 같은 이원화체계는 반드시 정비돼야 한다.

더 이상 ‘누구의 권한이 더 크냐’는 소모적 논쟁에 머물러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단일하고 일관된 의료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특정 직역 이익이 아닌 국민건강권 보장을 목표로 의료일원화 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