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문의 2명 과실치상 기소…7년 전 무슨 일 있었나
같은 병원 출신 의사와 신생아 뇌성마비로 민형사 재판 진행 민사 1심 6억5천 배상 판결…"관찰 의무 해태·오판 과실" "의학적 한계는 감내해야 …과실 경미" 책임 30% 제한
산부인과 전문의 2명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한꺼번에 기소됐다. 7년 전 담당했던 산모가 출산한 신생아가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성마비 장애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다. 기소된 전문의들은 당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레지던트 3년 차 전공의였다. 산모는 같은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임의였다. 이들은 관련 민사 손해 배상 소송으로도 법정 다툼 중이다.
지난 2018년 12월 당시 A대학병원 마취과 전임의였던 B씨는 같은 병원 산부인과 내원 후 출산을 위해 입원했다. 산부인과 교수였던 C씨와 전공의 D씨가 분만 과정을 담당했다.
B씨는 병원 입원 당일 오후 1시 10분경 분만실에 들어간 뒤, 같은 날 오후 3시 41분경 질식분만으로 출산했다. 출생 당시 아기는 초기 울음 없이 전신 태변착색과 청색증을 보여, 약 15분 만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아기는 퇴원 후 A대학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지난 2019년 12월에 "출생 시 심한 신생아 가사로 인한 뇌손상"으로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진단됐다. 지난 2024년 7월 민사 재판 도중 진행한 신체감정에서도 "저산소성 허혈 뇌병증으로 인한 뇌성마비로 인한 운동발달장애와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으로 판정받았다.
이에 B씨는 산부인과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저지른 과실로 태아 저산소증이 일어나 아기가 뇌성마비 등 장애를 입었다면서 병원과 의료진을 상대로 위자료 1억원을 포함해 손해 배상금 총 24억4,867만1,968원과 지연 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의료진이 부작용으로 태아 가사가 발생할 수 있는 옥시토신 투여를 성급히 결정했고, 주입 중단 시점도 늦었다고 했다. 산모 저혈압으로 태아곤란증을 초래할 수 있는 무통주사도 혈압 측정 없이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거나 오판했고, 제때 응급질식분만 시도나 제왕절개술을 택하지 않고 자연질식분만을 시행해 분만은 지연시켰다고 했다.
여기 더해 의료진이 옥시토신 투여와 관련된 설명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진이 옥시토신 투여 이유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고, 동의서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法 "의료진, 이상 신호 인지 못하고 자연분만 진행"
지난 5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산부인과 감정 의견을 바탕으로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A대학병원 운영 재단인 법인병원과 산부인과 전문의 C·D씨가 공동으로 손해 배상금을 내도록 했다. 의료진이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을 주의 깊게 관찰할 의무를 해태하고, 잘못 판단했다고 봤다.
B씨는 사건 당일 분만실로 이동한 뒤 오후 1시 37분경부터 분만진통 제2기에 들었다. 출산한 것은 그로부터 약 2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3시 41분경이다.
산부인과 감정의 최초 의견을 인용하면 "2시 15분부터 반복적으로 태아심장박동수 감소가 발생해 태아곤란증 의심이 시작"되고 "2시 35분 정도부터는 응급제왕절개를 염두에 두고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상황"이었다. 1차와 2차 보완 감정을 거쳐서도 "적어도 2시 30분경 이후는 '미국산부인과학회 해석체계상 카테고리III'에 준하는 정도로 주의 깊은 관찰과 평가가 필요"했다. 감정의는 "2시 40분경 무렵부터는 응급분만을 염두에 두고 (전공의였던 D씨가) 전문의에게 연락해 상황을 공유하고 논의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를 기준으로 두고 태아심장박동양상 등을 살피면 "2시 15분경 이후, 적어도 2시 30분경부터 약 1시간 이상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태"였고 "태아 안녕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가 1시간 이상 지속된 것"이라고 했다.
진료 기록을 살펴도 이 시점에 교수인 C씨와 전공의 D씨 사이에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나 보고가 없었다"면서 "의료진이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에 문제가 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자연질식분만을 시행한 것"이라고 봤다. 카카오톡 메신저 외에 "원내 메신저, 유선전화, 대면을 통해 보고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반면 옥시토신과 무통주사 투여 관련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옥시토신 투여 지침을 모두 준수했고, 중단 시점이 부적절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무통주사 역시 의료진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시행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배상 책임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비록 의료진이 옥시토신 사용 관련 설명이나 동의서 작성을 하지 않았으나, 옥시토신이 주산기 가사나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의 원인이라 여길 수 없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을 문제 삼을 수도 없다고 했다.
피고 책임 30% 제한…"의학적 한계, 환자도 감내해야"
다만 병원과 의료진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이 "경미하고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현저히 소홀히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현시점에서 전자태아감시장치를 이용한 명확한 해석과 처치에 한계가 있고, 태아심장박동수 양상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을 참작했다. 설령 의료진이 이를 "주의 깊게 관찰했더라도 조치가 달라지지 않았을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전자태아감시장치를 적용한 것 자체로도 "태아심장박동수에 대한 통상적인 감시는 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분만 제2기 태아심장박동수 양상이 불명확하고, 저산소증은 특정 소견을 정의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분만 관리는 그 특성과 한계 등으로 수반되는 위험이 적지 않았다"며 "아이의 장애는 이런 위험이 발현된 측면도 있으므로, 일정 부분 B씨와 가족이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과실의 결과가 상당히 중하더라도 현대의학 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으로 인해 산모나 태아 측에 장애 요인이 없었다고 명확하게 규명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이런 한계 등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에서 의료진의 과실과 (장애 간) 인과관계 추정은 개연성의 증명만으로 인정하는 것인 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족들 역시 분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대학병원과 C·D씨가 공동으로 손해 배상금 총 6억5,239만3,459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원고와 피고 모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2민사부(나)가 이번 사건을 살피고 있다. 양측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오는 23일 변론 준비 절차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