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공의 복귀 후 2라운드 시작
박종훈의 한칼토크
쏟아지는 의료계 뉴스 가운데 뭐 하나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데, 이 와중에 모 언론사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전공의 복귀 후 병원이 얼마나 정상화됐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한마디로 답하기를 ‘말할 수 없다’였다. 물론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상황만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얼 추 이야기하겠지만 병원계 전반의 상황을 이야기해 달라 하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상황이 병원마다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인기과는 전공의 복귀율이 높다. 전국 공통이다. 그리고 기피과는 복귀율이 대개 30% 선 내외인 것 같다. 기피과의 경우는 인기과와 다르게 어쨌거나 전공을 바꾸지 않지만 원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일부가 수도권으로 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방 대학이나 수도권 대학이나 내과 전공의를 하다가 다시 내과로 복귀하는 수는 비슷한데 인기과와 달리 수도권에도 어차피 내과 전공의 자리가 많이 비다 보니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이직을 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말을 들으니 그렇다고 한다. 생각 같아서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겠지만 요즘 세대에게 있어서는 별문제가 아니다. 근무 여건 나쁜데 충성심에 호소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래서 전체 복귀율과 실제 현장의 사정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특이 사항이다.
전공의 사직 상태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촉탁의나 PA, SA를 과감하게 채용해서 돌린 대학병원과 그렇지 않은 대학병원의 상황 차이가 두 번째 특이 사항이다.
앞서 말한 방식, 그러니까 모든 가용 인력을 풀(full)로 돌린 경우, 지난 1년 반 동안 다들 어렵다 해도 꽤 괜찮은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정부가 지원금을 줬으니 사실 추가 인력 채용에 큰 부담도 없었을 것이고, 의료법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도 됐었다. 그런데 이제 전공의가 복귀했는데 수많은 여분의 인력을 어찌할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다.
한편, 그 와중에 자발적이건 아니면 감정 상해서건 간에 적극적으로 병원 경영을 하지 않았던, 특히 국립대병원은 전공의 복귀 후 정리해야 할 추가 인력이 많지 않을 테니, 상황 정리는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사직한 스태프로 인해 여전히 나름의 문제는 안고 있다. 전공의가 복귀하고 보니 교수님이 안 계시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복귀 전공의가 많은 병원은 그동안 전공의에 의존했던 일 가운데 일부가 전공의의 업무에서 빠져서 무척 난감한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전공의 부재 시 응급실과 중환자실 가동을 위해 채용했던 전문 인력이 여전히 그 일을 위해서 남아 있어야만 하니 상황은 병원마다, 지역마다, 기존 운영 행태에 따라서 제각각이다.
전공의가 복귀하면 모든 것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제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는 자고 나면 개혁안을 쏟아낸다. 비급여를 통제하고 진료 전달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은 알겠다. 공공의료도 확충하겠다고 하니 그것도 알겠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완성하기 전에 이미 의료 생태계는 기진맥진해 있으니, 고민 끝에 정성들인 정부의 처방이 나오기 전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전국 의료기관은 한 마디로 뭐가 뭔지 모르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엉망이다.
박종훈 지난 1989년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근무 중이다. 고려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 싱크탱크인 재단법인 한국병원정책연구원 원장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