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LC 2025] '타그리소', EGFR 변이 폐암 '백본'으로 거듭나다

FLAURA2에 이어 COMPEL 연구로 '타그리소' 역할 공고

2025-09-07     김윤미 기자
이탈리아 베네토 종양연구소(Veneto Institute of Oncology) 줄리아 파셀로(Giulia Pasello) 박사가 6일 국제폐암학회(IASLC) 연례학술대회(이하 WCLC 2025)에서 COMPEL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김윤미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EGFR 돌연변이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백본(backbone)' 약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달 6일(현지시간) 국제폐암학회(IASLC)의 세계폐암학술대회(이하 WCLC 2025)에서 공개된 COMPEL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그리소 1차 치료 후 비-중추신경계(non-CNS) 질병 진행을 경험한 환자에서, 타그리소를 유지하며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할 경우 무진행생존기간(PFS) 및 전체생존기간(OS)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그리소 중단 대신 '유지'를 택한 COMPEL 연구

COMPEL 연구는 EGFR 변이(Exon 19 deletion 또는 L858R)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투여받은 후 비-중추신경계 진행을 경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계된 글로벌,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3상 임상시험이다.

총 98명의 환자가 1:1 비율로 두 군에 무작위 배정됐으며, 실험군은 타그리소 80mg을 1일 1회 경구 투여하면서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페메트렉시드)을 병용했고, 대조군은 타그리소 대신 위약을 동일한 방식으로 투여받으면서 같은 화학요법을 병용했다.

무진행생존기간에 이어 전체생존기간도 개선

그림1. COMPEL 연구의 무진행생존기간(PFS) 및 전체생존기간(OS) 결과(출처: WCLC 2025)

COMPEL 연구의 1차 평가지표였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타그리소 유지군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PFS 중앙값은 타그리소 유지군에서 8.4개월, 대조군에서 4.4개월로,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7%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위험비 0.43, 그림1).

베네토 종양연구소 줄리아 파셀로 박사

전체생존기간(OS) 또한 타그리소 유지군에서 더 길었다. OS 중앙값은 타그리소 유지군에서 15.9개월, 대조군에서 9.8개월로, 사망 위험을 29% 더 낮췃다(그림1).

COMPEL 연구의 책인 연구자인 이탈리아 베네토 종양연구소(Veneto Institute of Oncology) 줄리아 파셀로(Giulia Pasello) 박사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1차 오시머티닙 치료 후 일부 암세포가 여전히 EGFR-TKI에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저항성의 이질성을 고려할 때, 오시머티닙을 중단하기보다 지속하면서 화학요법을 추가하는 전략이 유의미한 생존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그리소의 '중추신경계 보호 효과' 재확인

그림2. COMPEL 연구의 무진행생존기간(PFS) 하위 분석(출처: WCLC 2025)

하위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관찰됐다. 연구 시작 시점에 중추신경계(CNS) 전이가 없었던 환자 집단에서의 중추신경계 무진행생존기간(CNS PFS)은 타그리소 유지군에서 더 길었고(15.9개월 대 8.6개월), 위험비는 0.56로 확인됐다. 이는 타그리소의 중추신경계 보호 효과를 뒷받침하는 기존 연구 결과들과 맥을 같이한다(그림2).

또한 새로운 병변(new lesion) 발생에 있어서도 타그리소 유지군에서 신규 뇌 병변 발생 비율이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비-중추신경계 무진행생존기간(non-CNS PFS) 역시 타그리소 유지군에서 더 길었으며(8.4개월 대 5.2개월), 위험비는 0.43이었다. 이는 해당 병용 전략의 치료 혜택이 중추신경계를 넘어서까지 유효함을 보여준 것이다(그림2).

파셀로 박사는 "이번 연구는 오시머티닙이 단순한 1차 치료제를 넘어, 질병의 진행 이후에도 핵심적인 백본(backbone) 약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는 FLAURA2 연구와도 궤를 같이 한다. FLAURA2 연구에서는 타그리소와 화학요법을 병용한 1차 치료가 타그리소 단독 요법 대비 PFS를 유의미하게 연장시킨 바 있다.

즉, COMPEL 연구는 FLAURA2와 더불어 타그리소의 백본 역할을 뒷받침하며, 그 활용 범위를 더욱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FLAURA2 연구는 PFS에 이어 OS 개선까지 입증했으며, 이번 WCLC 2025 플레너리 연단에서 해당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로써 타그리소는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단독요법은 물론,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에 이르기까지 1차와 2차 치료 전반에 걸쳐 '백본 약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으며, 글로벌 치료 표준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