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힘든 희귀·난치질환 정보, 책으로…'희망총서' 30권 대장정 시작

KMI·청년의사, 3~5년 내 단행본 30권 출간 프로젝트 염증성장질환·고셔병·파브리병 3권 발간하며 출발 이형훈 차관 "정보 갈증 해소해 줄 소중한 통로"

2025-08-27     김정현 기자
KMI 한국의학연구소와 청년의사는 지난 26일 ‘KMI 희귀·난치 희망총서 출범 기념식’을 개최했다.

정보를 얻기 힘든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지식을 집대성해 30권의 책으로 펴내는 장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KMI 한국의학연구소와 청년의사가 함께하는 ‘희망총서’ 프로젝트, 환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KMI와 청년의사는 지난 26일 재단본부에서 ‘KMI 희귀·난치 희망총서 출범 기념식’을 열고 3년에서 5년 안에 단행본 30권을 출간하는 장기 프로젝트 시작을 알렸다. 해외에서도 유레를 찾아보기 힘든 사업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최신 치료 정보와 심리적 지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게 목표다.

이번에 출간된 3권은 ▲염증성 장질환(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고셔병 ▲파브리병이며 앞으로는 혈우병, 척수성 근위축중(Spinal Muscular Atrophy, SMA), 신경섬유종증 1형, 중증복합면역결핍증, 뇌전증, 다발 골수종, 중증근무력증, 림프종 등에 대한 단행본도 나올 예정이다. 여러 희귀난치성 질환 중에서도 환자가 '비교적' 많고 표준 치료법이 존재하며 의료·사회적 지원 가능성이 있는 질환들을 우선 선정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의사 출판사업부가 기획·편집을 맡고, KMI가 후원했다.

첫 번째 희망총서인 〈염증성 장질환(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소화기영양분과 최연호 교수가 썼다. 이 책은 크론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 절차(혈액·대변 검사, 내시경, 영상검사)와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 최신 치료 전략을 담았다.

최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환자뿐만 아니라 부모와도 소통하는 특성이 있어,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환자 마음을 읽어내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집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크론병을 앓고 있는 김정은 크론가족사랑회장은 “크론병을 앓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경우 학교에서는 장염 정도로 치부하고, 병원에 자주 가는 것도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이해받지 못해, 신체·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가 희귀·난치 질환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셔병〉과 〈파브리병〉은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가 집필했다. 유 교수는 “딱딱하게 쓰던 이전 책과 다르게 에세이 쓰듯 쓸 수 있어 좋았다”며 “진료하며 만난 환자 이야기 등을 넣었다”고 했다.

고셔병과 파브리병은 모두 유전 질환이다. 고셔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에 유전적인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효소는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를 분해하는 효소인데, 결핍으로 인해 글루코세레브로시데이즈가 비장, 간, 림프에 축적된다.

파브리병은 리소좀이라고 하는 세포 내 소기관에서 특정한 당지질 대사에 필요한 효소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리소좀 저장 질환 중 하나다. 국내에서 파브리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240여명으로 예측된다.

파브리병환우회 장동기 회장은 “유전병이기 때문에 환자가 진단받으면 혈연관계인 모든 사람이 검사해야 한다. 자식에게 병을 물려줬다는 것 때문에 부정하는 경우가 많아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편견과 정보 부족으로 고통받아왔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왼쪽부터)KMI 이광배 이사장, 청년의사 양경철 대표, 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이 인사말과 격려사를 하고 있다(ⓒ청년의사).

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은 기념식에 참석해 “환자와 가족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정확한 의학 정보, 생활 속 도움이 되는 정보, 그리고 진심 어린 공감”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정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줄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희망총서가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희귀질환 인식 개선과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MI 이광배 이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환자와 가족들의 삶에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며 “KMI는 ‘건강을 지킴으로써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철학 아래, 국민 건강을 위한 예방 중심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의사 양경철 대표도 “우리 사회는 건강 정보가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최신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 공백을 메우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환자와 가족들이 올바른 정보를 얻고, 외롭고 힘든 치료 과정에서 공감과 희망을 나누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편, KMI는 지난 1985년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 위해 설립됐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종합 건강검진 기관으로서, 건강검진을 넘어 보건의료 분야 연구와 ESG 사업 등을 진행하며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