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요로상피암, 이제는 완치를 논할 수 있다"

[대담] 예일대 다니엘 페트릴락 박사 & 연세암병원 신상준 교수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 전이성 환자 완치 논의 가능케 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빨리·초기 제공해야"...급여 필요성 강조

2025-08-19     김윤미 기자

30년 동안 요로상피암 1차 치료는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머물러 있었다. 일부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가 시도됐지만,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하지 못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2023년 유럽종양학회 연례회의(ESMO 2023)에서 발표된 EV-302 임상 결과는 이러한 아쉬움을 단숨에 깨뜨렸다. 항체-약물접합체(ADC)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병용요법이 전체생존기간(OS)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청년의사는 파드셉의 초기 개발부터 참여한 예일대 의대 다니엘 페트릴락(Daniel P. Petrylak) 박사와 국내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을 직접 적용하고 있는 연세암병원 신상준 교수(종양내과)를 만나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와 임상 현장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들어봤다.

예일대 의대 다니엘 페트릴락 박사(왼쪽)와 연세암병원 신상준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와 임상현장 변화를 이야기했다.

30년 치료 정체를 깬 '파드셉'

요로상피암은 전이성 단계에 이르면 예후가 극도로 불량하다. 그럼에도 지난 30여 년간 1차 치료의 표준은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머물러 있었다. 다른 고형암에서는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가 속속 등장해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지만, 요로상피암에서는 신약 개발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페트릴락 박사는 반복된 임상 실패를 이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 정체된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백금기반 요법에 새로운 약제를 병용해도 전체생존기간(OS)을 유의미하게 개선하지 못하면서 개발 동력은 점차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많은 임상연구가 실패했습니다. 예컨대 도세탁셀, 파클리탁셀 같은 2차 항암화학요법은 생존기간을 7개월 남짓 연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다른 약제를 더해도 무진행생존기간(PFS)은 어느 정도 개선되더라도 전체생존기간(OS)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제약사들이 임상을 주저하게 된 배경이죠."

여기에 더해 신 교수는 환자군의 특수성도 신약 개발의 장벽으로 작용했다고 부언했다. 방광암이나 신우요관암 환자 상당수는 신장 기능이 저하돼 있어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제를 견디기가 어렵다는 것. 즉, 독성 문제로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결국 생존율도 개선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EV-302,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

EV-302 연구는 파드셉과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을 기존 백금기반 화학요법과 직접 비교한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이다. 2023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되며 전 세계 임상의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에게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31.5개월로, 기존 표준치료군의 16.1개월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연장됐다. 완전관해율(CR) 역시 대조군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 전이처럼 기존 화학요법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던 고위험 환자군에서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면서, 이 요법은 '30년 정체를 깬 치료제'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다니엘 페트릴락 박사

"림프절 전이 환자에서는 기존 화학요법이 효과적이지만, 간 전이 같은 내장 전이 환자에서는 기존 치료로 반응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파드셉 병용요법은 간 전이 환자에서도 완전관해가 확인됐고, 일부 환자는 5년 이상 생존하고 있습니다."

페트릴락 박사는 이러한 놀라운 효과의 배경을 파드셉의 독특한 기전에서 설명했다. 파드셉이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에 작용해 면역원성 세포사멸을 유도하고, 이를 면역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러한 시너지가 모든 ADC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합에서만 확인되며, 바로 그 점이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차별화된 가치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전체생존기간이 단 몇 개월만 늘어나도 '혁신'으로 평가받는 항암치료 영역에서, EV-302 연구 성과는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요로상피암 같은 질환에서 위험비(hazard ratio)가 0.8 정도만 나와도 성공적인 3상 임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EV-302에서는 그 수치가 0.5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초록을 처음 봤을 때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당시에는 면역항암제와 ADC 병용에 조심스러움이 있었지만, 실제로 반응이 길게 유지되고 생존 곡선 자체도 기존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전체생존기간을 2달만 늘려도 성공으로 평가되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생존기간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겁니다. 지난 30년 동안 해내지 못했던 일을 단 몇 년 만에 이뤄낸, 요로상피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완전관해 30%, '완치 가능성'에 다가서다

EV-302 연구 결과가 학회 발표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 종양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임상시험 성과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동일하게 재현되는지는 늘 중요한 문제다.

특히 전이성 요로상피암은 환자 개별 상황에 따라 치료 반응 편차가 크고, 전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도 많아 '실제 임상(real world)'에서의 성과는 임상시험 결과 못지않게 주목된다.

미국에서는 파드셉 병용요법이 이미 1차 치료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다양한 인종과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그 결과가 EV-302 연구에서 관찰된 효과와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파드셉 개발 초기부터 연구를 함께해 온 페트릴락 박사는, 누구보다도 이번 혁신의 성과를 깊이 체감하고 있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EV-302 연구와 동일한 결과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간 전이처럼 내장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뚜렷한 반응이 나타났고, 초기 1상 연구나 EV-302에 참여했던 환자들 중 상당수가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어떤 치료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성과입니다. 더 나아가 파드셉은 형질세포형 방광암 같은 고위험 아형에서도 의미 있는 반응을 보여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유효성뿐 아니라 이상 반응 관리, 용량 최적화, 일정 시점 이후 투약 중단 가능성 같은 부분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환자들은 자비로 치료를 선택하면서 실제 경험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신 교수는 비록 짧지만 파드셉 병용요법을 직접 처방해온 경험을 공유하며 국내 요로상피암 환자들의 현실과 달라진 치료 분위기를 설명했다.

"현재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만, 저희 병원에서는 설명을 들은 환자의 약 20%가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선택합니다. 실제로 치료를 시행해보면 반응률이 매우 뛰어나고 장기 효과도 확인되고 있어, 이제는 저 역시 더욱 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용 문제로 권유를 주저했지만, 지금은 환자들도 설명을 들은 뒤 치료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치료에 임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임상시험 당시와 달리 치료 방향이 예측 가능해진 것도 환자들에게 큰 신뢰를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신 교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은 질병 특성상 전신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까지 이어가는 환자 비율이 매우 낮다"며 "때문에 가능한 한 강력한 치료를 1차에서 적용해 생존기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파드셉 병용요법은 완전관해율이 약 30%에 달합니다. 이 수치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는 데 더 큰 확신과 여유를 줍니다. 질병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계속 약을 써야 하는 것과, 암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완치 가능성을 두고 치료를 유지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파드셉 병용요법은 환자의 치료 의지와 예후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급여는 지출이 아닌 미래를 향한 투자

그러나 실제 국내 임상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은 고비용이라는 현실적 장벽 앞에 놓여 있으며, 급여 등재 여부는 치료 접근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이번 병용요법은 기존의 유지요법과 달리 치료 대상 환자의 범위가 넓고, 완치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제도적 평가 기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두 전문가는 단순히 약제비 부담 차원을 넘어, 사회적·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국가가 치료제를 '비용'으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료 성공을 통해 환자가 사회에 복귀한다면, 장기적으로 생산성 회복과 경제적 기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페트릴락 박사는 "방광암은 전통적으로 흡연이나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된 암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위험 요인 없이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생산연령층에 속하는 환자들인데, 과거 치료법으로는 사회로의 복귀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완치 가능성까지 논의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생기면서, 단순히 비용 지출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를 다시 사회로 복귀시켜 국가적 차원의 경제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 교수 역시 이에 동의하며, 급여를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닌 '투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여의 필요성은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라, 완치 가능성과 탁월한 치료 효과에 기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의료비 지출이 아니라 환자가 사회로 복귀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파드셉, '생존 연장'을 넘어 '완치'를 말하다

그동안 전이성 요로상피암에서 '완치'라는 단어는 언급조차 하기 어려웠다. 표준 화학요법이나 기존 면역항암제 치료로는 생존기간을 일부 연장하는 수준에 그쳤고, 많은 환자들이 2차 치료로 넘어가지 못한 채 치료 기회를 잃곤 했다.

그러나 EV-302 연구에서 확인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성과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일부 환자에서 5년 이상 장기 생존이 확인되면서, 이제는 임상 현장에서 '완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페트릴락 박사는 "EV-302 연구에서 확인된 결과는 분명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이성 환자에서도 일부 환자는 장기간 생존을 유지하며, 이미 5년 이상 생존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치라는 단어를 임상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파드셉은 전이성 환자에서의 성과를 넘어, 수술 전 보조요법이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수술을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수술 자체의 필요성을 줄이고 방광 절제 없이도 완치를 논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변화입니다."

연세암병원 신상준 교수

신 교수도 "4기 전이성 환자에서조차 완전관해율이 약 30%에 달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라며 "완전관해가 확인된 환자의 경우,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에서 일부 환자는 파드셉 병용요법 후 상태가 호전돼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 조직에서 암세포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것.

신 교수는 "이런 경험은 단순히 반응률이 높다는 의미를 넘어, 실제로 환자에게 '완치'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신 교수는 국소 진행성 환자에서 방광 보존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신 교수는 "방광은 단순한 장기가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으로, 과거에는 암이 퍼진 경우 방광 절제가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강력한 약물을 활용해 병변을 줄이고 방광을 보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이는 환자들에게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재발률을 낮추며 완치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이러한 이유로 파드셉 병용요법이 단순히 새로운 치료 옵션을 넘어,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여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는 이제 단순히 '생존기간을 늘리는 치료'에서 '완치를 목표하는 치료'로 진화하고 있다. 파드셉 병용요법은 임상적 효과를 입증했을 뿐 아니라, 환자의 사회적 복귀와 국가적 경제 회복이라는 더 큰 함의를 담고 있다.

두 전문가의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한 빨리, 초기에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과 사회적 기능 회복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