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최종치료 책임 분리 없인 못 막아”
응급의학醫, 응급처치 후 법적 책임 분리 필요 美 ‘EMTALA’ 같은 면책 제도 필요성 강조 복지부, 법적 부담 완화 필요성 공감 “법 개정 추진”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서는 응급처치와 최종치료의 책임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응급처치 후 환자가 최종치료로 이어지지 않으면 민·형사 소송으로 번질 수 있어, 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응급의료체계 소생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전국 응급의료기관 중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곳은 2~3곳이 전부라며 “결국 최종치료 가능 여부는 응급실이 아닌 소아청소년과 (인력)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럼에도 최종치료로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처벌받은 판례가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최종치료 인프라 부족과 법적 위험성 때문에 소극적인 수용으로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중증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중등증 환자를 맡는 지역응급의료센터, 경증 환자에 집중하는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응급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도 응급실 뺑뺑이 오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국민들이 원하는 최종치료는 눈 아파서 (응급실) 가면 안과 전문의가 진료를 봐야 하고, 얼굴이 찢어져 가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진료 봐야 하는 것”이라며 “실제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이런 (의미의) 최종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를 분리해 인식하지 않으면 (응급의료체계 소생은) 논의가 불가능하다”며 “법적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응급실 뺑뺑이는) 해결할 수 없다. 응급처치와 최종치료를 분리하고 법적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국의 ‘EMTALA(Emergency Medical Treatment and Labor Act)’ 같은 응급의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MTALA는 미국에서 제정된 법으로, 불안정한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거부하거나 전원 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응급 의료진이 이 법에 따른 절차와 기준에 맞춰 응급처치를 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된다.
이 회장은 “미국에서는 EMTALA를 제정해 면책 기준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끌었다. 응급치료만 제대로 제공한 경우 면책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응급처치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은 기소되지 않고 면책되도록 해야 한다”며 법적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政, 법적 부담 완화 필요성 공감…“법 개선 우선 추진”
정부도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위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상급종합병원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의료기관 44곳 중 상급종합병원은 29곳 정도다. 나머지는 종합병원이다.
보건복지부 송영조 응급의료과장은 “(응급환자) 미수용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 전 이송단계를 보고 있는데 중증 응급환자를 봐야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상급종합병원은 29곳 정도밖에 없다”며 “상급종합병원은 죽어라 되려고 하면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송 과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됨으로 인해 중증환자나 재난상황에 대한 책임은 커지지만 얻을 수 있는 수가 등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도록 보상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도 했다.
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소송에 대한 노출”이라며 “의료개혁 추진하면서 법적 부담 완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데 응급의학 영역은 별도로 응급의료법 개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법 개정)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요하다고 보고 우선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