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도 걱정”…지역 대학병원들 전공의 복귀 ‘속앓이’

하반기 전공의 수도권 대형병원 지원 쏠림 우려 커져 지방 필수과 수련 포기 현실화 우려도…“더 축소될지도” 서울시醫 “수련 현장 혼란 방조하겠다는 선언에 불과”

2025-08-08     김은영 기자
의정 갈등 기간 교수 이탈로 인력난을 겪는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를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전공의 복귀를 앞둔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수련을 이어가기 위해 마련된 복귀 방안이 되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전공의 쏠림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정 갈등 기간 교수 이탈로 진료 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복귀 전공의 수련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에 현장 분위기는 울상이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수련병원별로 오는 11일부터 시작되지만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이 바라보는 복귀 전망은 밝지 않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일수록 복귀율은 더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복귀하더라도 ‘수련 여건’이 맞지 않으면 다시 사직할 수 있다는 불신도 여전하다.

부산지역 대학병원 A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전공의 복귀 소식에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인력 부족이 극심했던 진료과 교수들은 기다리는 분위기지만 진료지원(PA)인력과 어느 정도 손발을 맞춰온 진료과들은 무덤덤하기도 하다”며 “공통적으로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교수 이탈로 진료 보기 바쁜데 수련까지 녹록치 않다는 걱정이 크다”고 했다.

A교수는 “전공의들도 복귀하겠다고 하지만 일명 ‘내외산소’ 중 (복귀하겠다는) 인원은 사실 많지 않다”며 “교수 인력 부족에 따른 수련의 질 저하를 우려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전공의 지원이 몰릴 수도 있다고 본다. 지방 대학병원 필수과는 지금보다 더 축소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부 전공의들은 피교육자 신분으로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 근무를 줄이고 외래를 늘려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복귀 후 논의하기로 하고 전공의들도 돌아오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복귀했다가 (수련 여건이 맞지 않으면) 다시 사직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복귀해도 버틸 수 있을까”…인력난 겪는 지방 수련병원

강원 지역 대학병원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서울 대형병원으로 전공의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교수 인력난이다. 복귀 전공의 수련 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이미 의정 갈등으로 지친 교수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강원지역 외과 B교수는 전공의들이 “들어와도 걱정, 안 들어와도 걱정”이라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전공의가 복귀하면 어떻게든 수련을 시키겠지만, 진료 보기 급급한 상황에서 수련 부담까지 더해지면 한두 달 내 그만두는 교수들이 늘 수 있다. 정부가 2차병원 지원에 나서면서 교수 이동도 쉬워진 만큼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가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도전문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B교수는 “지도전문의가 업무시간 3분의 1 이상은 전공의 수련에 집중해야 하는데, 지방은 진료 보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전공의 퇴근시간도 고려해야 하니 전공의 수련에 들일 시간이 없다”고 했다.

“통합배치시스템 다시 짜야”…수련 체계 재정비 촉구

하반기 전공의 복귀를 수련병원 자율에 맡기기로 한 정부 방침에 대해 서울시의사회는 “수련 현장 혼란을 방조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지역과 병원으로 전공의 쏠림이 심화될 거라고 했다. 수련교육의 질 저하와 공정성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입대한 사직 전공의 복귀 문제는 미정이고 전문의 시험 추가 논의는 하지도 않았다. 이는 명백히 정부가 져야 할 수련의 책임을 민간병원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이며 전공의 수련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훼손 행위”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공의 수련 복귀와 정원 인정 문제에 있어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명확하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라”며 “국가 주도 통합수련배치시스템을 재정립하고 무책임한 수련 체계 방임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 또 이미 입대한 사직 전공의 복귀 시 수련 연속성을 보장하며 초과 수련 인력에 대해 정부가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