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전가하는 탁상공론”…내과醫 ‘일차의료 강화법’ 반대

“일차의료체계 왜곡할 수 있다” 비판

2025-08-07     송수연 기자
대한내과의사회는 '일차의료 강화특별법'이 일차의료를 고사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청년의사).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작 개원가는 “일차의료 고사법”이라며 반대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책임만 전가한다는 게 반대 이유다.

대한내과의사회는 7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일차의료 강화특별법’(제정안)이 “일차의료 체계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과의사회는 종합병원을 지역 일차의료지원센터로 지정할 수 있도록 조항에 대해 “상급병원이 일차의료기관의 고유한 역할에 간섭할 수 있는 구조를 공식화하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왜곡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고 일차의료 고사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에 폭넓은 역할을 요구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 행정적 뒷받침, 인력 확충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단지 책임만 전가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일차의료 재정 지원 계획이 빠졌다고도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차의료에 재정 지원을 한다는 원론적 언급은 있으나 실제 예산 규모나 재원 조달 방식, 집행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모호한 재정 구조는 자칫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심화시키고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건강 주치의 도입 조항에 대해서는 “국민 수요 및 인식 개선 전략도 없이 단순히 법률로 도입하는 주치의 제도를 국민들이 순순히 수용할 리 만무하다”며 “의료인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인센티브 체계나 자율성 보장은 미비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의료인과 국민이 국가 및 지자체의 시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강압적 규정을 담고 있다”며 “정책 실패의 원인을 외면한 채 책임을 의료 현장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과의사회는 “일차의료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공감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한 기반은 의료 현장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존 체계와 충돌하지 않으며, 재정과 제도적 지원이 실효성 있게 마련된 상태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