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결은 그후 어떤 영향을 미쳤나

'새 기준' 따라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잇따라 한의사 과실 다룬 민사 손배 소송에도 등장

2025-07-26     고정민 기자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관련 사건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청년의사).

지난 2022년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이라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놨다. 여기 더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허용 여부를 가를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청년의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해당 판례가 관련 사건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지난 2023년 8월 18일 대법원 제1부는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의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하도록 한 원심(2심) 선고가 부당하다는 보건복지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전합 기준을 따랐을 때,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 보기 어렵다는 2심 재판부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 사건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2016년 8월 19일 용도와 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에 접복된 의료기기는 한의사에게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복지부에 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이어 지난 2024년 1월 17일 초음파 진단기기와 뇌파계에 이어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도 한의사에게 허용됐다. 수원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해 달라는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역시 대법원 전합이 제시한 새 기준에 따라 한의사의 골밀도 측정기 사용이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대법원 전합 기준은 한의사의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접속 권한을 두고 벌어진 대한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청 소송전에도 등장했다. 지난 2023년 11월 23일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가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질병청의 한의사 시스템 접속 차단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지난달 13일 질병청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 한의협 청구가 각하됐지만, 한의사의 코로나19 검사 논란은 계속됐다.

물론 대법원 전합 판결이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무조건 허용하는 '전가의 보도'가 되지는 않았다.

지난 2024년 10월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3-2형사부는 약침에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섞어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1심)판결을 유지했다.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의료법 취지에 반하므로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다룬 대법원 전합 기준을 전문의약품 등 치료용 의료기술에 확대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한의사 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가 대법원 선고 직전 취하했다.

한의사 진료 과실을 둘러싼 손해 배상 판결에도 대법원 전합 판결 내용이 등장했다.

지난 5월 22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화농성 관절염 한방 치료 부작용을 주장한 환자 청구를 기각하며 '의학과 다른 한의학 원리'를 거론했다. '한의학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수긍하면서 의학과 비교해 한의학 치료 원리를 다룬 대법원 판례 내용을 일부 참조해 설명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4민사부 역시 지난 1월 21일 한의원 진료로 유방암 치료 시기를 놓쳤다며 제기된 손해 배상 소송을 다루면서 대법원 전합 판결 내용을 살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로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의료기기를 사용한 진단 행위가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한방 의료행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게 됐지만", 현행 의료법 상 여전히 한방 의료행위만으로는 유방암 진단·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한의사의 책임 범위가 "한의학상 진단·치료 가능한 범위로 축소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환자 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