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떠오른 醫 내부 갈등…14시간 마라톤 끝에 ‘파행’
전공의 수련 연속성, 의사 국시 등 숙제 정은경 “장관에 거는 기대 깨닫는 기회” 국민의힘, 청문회 종료 15분 전 퇴장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4시간 ‘마라톤 청문회’로 끝이 났다. 정 후보자는 보건복지 우선 추진 과제로 의정 갈등 해소를 꼽았지만 이에 더해 의료계 내부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18일 개최한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45분까지 13시간 45분 만에 종료됐다. 청문회에서는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의 해결 방안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를 앞두고 먼저 복귀한 학생들에 대한 신상 털기와 조롱, 협박 발생 시 대책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질의에 정 후보자는 “먼저 복귀한 사람과 나중에 복귀한 사람들 간 갈등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다. 병원과 의대 안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굉장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지금 제시할 순 없지만 결국 소속 구성원들이 같이 노력해야 될 것 같다”면서 “의대나 병원들이 그런 (갈등) 부분들을 잘 관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또 (의대생이나 전공의) 본인들도 노력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백 의원은 “일종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무조건적인 용서는 굉장한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신상 털기나 조롱, 협박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세워 달라”고 했다.
또 먼저 복귀한 의대생이나 전공의에 대한 특혜 제공도 언급했다. 백 의원은 “돌아올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에 대한 제재 조치는 힘들더라도 먼저 복귀한 사람들에 대한 우대 조치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것들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전공의 복귀 이후 수련 연속성 확보 문제와 의대생 여러 학번이 동시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 해소 방안을 묻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질의에는 “수련의 연속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세부 내용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도 의견을 모으고 있고 복지부에서도 검토를 하고 있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또 “수련의 질이 강조돼야 된다는 데 동의한다. 전공의 수련 체계 개편을 통해 수련의 목표나 세부내용을 정교하게 만들고 이를 어떻게 인증하고 관리할 것인지 대한의학회와 협의해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복수 학번이 동시 의사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물리·기술적으로 어떻게 처리(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청문회를 통해 복지부 장관에게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어려운 분들이 따뜻하게 보호받고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복지부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준비 과정과 이 자리를 통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소홀하고 부족했던 점이 많았음을 깨달았다”며 “부족한 부분을 반성하고 빠르게 채워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여야는 정 후보자 배우자의 주식 매입 관련 자료제출 논란과 농지법 위반 의혹 등을 두고 지속적으로 충돌했다.
청문회 종료를 앞둔 밤 11시 30분께 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사실관계 확인이나 명백한 증거 없이 교묘하게 일부 사실만 부각시켜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고 발언하자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야당 의원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질의하는 걸 하나하나 트집 잡는다”고 항의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