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선 국가 지원, 한국선 부모 부담…영유아 RSV 예방 격차

칠레, 국가예방접종 캠페인 시행...RSV 관련 입원 76% 감소 국내는 항체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NIP 도입 난항

2025-07-19     홍숙 기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예방 항체 주사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가 올해 2월 국내에 도입돼 생애 첫 RSV 유행 시기를 맞는 모든 신생아와 영아를 대상으로 접종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영유아 RSV 예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베이포투스는 예방 효과 측면에서는 백신과 유사하지만, 국내에서는 백신이 아닌 ‘예방 항체 주사’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NIP와 국내 보험급여 체계로 RSV 예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어떤 지원도 없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100% 본인부담으로 베이포투스를 처방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의원에서 베이포투스를 비급여로 처방받을 시 약가는 60만~7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2세 이하 영유아의 대다수가 한 번 이상 감염되는 RSV는 국내에서도 매년 늦가을부터 겨울철 사이 유행한다. RSV는 영유아의 호흡기 감염 입원의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이에 따라 RSV 감염 중증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예방수단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베이포투스는 RSV 시즌 시작 직전 또는 RSV 시즌 중 1회 투여로 약 6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되는 지속성 단클론항체로 2022년 유럽에서 첫 허가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보다 앞서 베이포투스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에서 관련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잇달아 발표하며 베이포투스의 예방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칠레·스페인, 베이포투스 NIP 도입...RSV 입원감소 효과 입증

최수한 교수 “RSV 질병부담 덜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

칠레에서 작년 시행된 보편적 RSV 예방접종 캠페인 결과가 2025년 6월 국제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됐다. 이를 통해 베이포투스의 효과가 임상 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유사하게 입증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남반구 국가에서 전국 단위의 베이포투스의 실사용 효과를 평가한 최초의 연구로 RSV 예방정책 수립에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정부는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약 15만 명의 생후 6개월 이하 영아를 대상으로 베이포투스를 1회 투여하는 대규모 RSV 예방접종 캠페인을 시행했다. 전체 대상자의 94%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으며, 공공보건 시스템과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캠페인이 높은 접종률을 이끄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칠레는 베이포투스를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NIP)에 공식 도입하여 전국 신생아에게 무료로 접종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예방접종 전략은 RSV 유행 시기에 출생한 신생아(2024년 4월에서 9월 출생)를 포함한 '시즌 코호트'와 RSV 유행 시작 전 6개월 이내 출생한 영아(2023년 10월에서 2024년 3월 출생)로 구성된 '캐치업 코호트'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분석 결과, RSV로 인한 하기도 감염 입원율은 76.41%, 중환자실(ICU) 입원율은 84.94% 감소했다. 전체 하기도 감염 입원은 66.50%, 전체 입원율은 47.90% 감소하는 등 RSV 관련 하기도 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RSV로 인한 영아 사망 사례는 베이포투스 접종군에서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전년도 동기간 13건과 비교하여 차이를 보였다. 한편, RSV 관련 입원 1건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접종자 수(NNI)는 약 35명으로 추산됐다.

이번 연구는 칠레 보건 당국이 보유한 병원 입원 기록, 예방접종 이력, 출생 데이터 등 국가 단위 보건 데이터를 연계 분석하여 임상 환경에서의 효과뿐만 아니라 보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했다. 해당 전략을 통해 약 4,632건의 RSV 관련 입원이 예방된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는 병상 수요 관리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데이터는 유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스페인 갈리시아에서는 베이포투스를 세계 최초로 NIP에 도입해, 2023년 9월부터 베이포투스를 투여 받은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집중 관찰하며 종단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의학 저널 란셋에 발표된 2023-24 RSV 시즌 분석 결과에서 베이포투스는 생애 첫 번째 RSV 시즌을 맞는 영아의 RSV 관련 하기도 감염 입원을 89.2% 감소시키는데 기여했으며, 특히 RSV 시즌 중 출생한 영아에서 기여도는 95.2%이었다. 해당 연구는 총 3년에 걸쳐 2026년 10월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수한 교수는 “칠레, 스페인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베이포투스를 국가예방접종 또는 지역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시행 중이며, 이에 주목할 만한 예방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RSV로 인한 질병 부담으로부터 모든 영아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을 통한 보편적인 복지 실현이 절실하다. 아울러 영유아 RSV 질병 부담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와 예방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