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위축된 연구…국내 의학학술지 영향력도 ‘흔들’
대표 의학학술지 ‘JKMS’, 투고 논문 줄고 JIF 하락 의학회 유진홍 이사 “의료 환경 불안정성 영향”
국제 학술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오던 한국 의학 학술지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의정 갈등으로 의사들의 연구 활동이 위축된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의대 증원 정책이 촉발한 의정 갈등으로 의학 분야 연구 실적이 급감한 상황에서 한국 의학학술지를 대표하는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의 학술지 영향력 지수(Journal Impact Factor)도 하락했다.
대한의학회 유진홍 간행이사는 국제 학술정보분석기업 Clarivate가 지난 6월 20일 발표한 ‘2025년 Journal Citation Reports’에 포함된 2024년도 Journal Impact Factor(JIF 2024)를 분석한 결과를 의학회 E-뉴스레터(Newsletter) 7월호에 공개했다. Clarivate는 Web of Science(WOS)에 등재된 학술지 2만2,249종에 게재된 논문의 참고문헌을 분석해 JIF 2024를 발표했다.
유 이사에 따르면 WOS에 등재된 한국 학술지는 총 317종으로, 15번째로 많은 학술지를 등재한 국가다. 전년도보다 등재 학술지는 13종 늘었고 순위도 2단계 올랐다. 등재 학술지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총 5,989종이다. 이어 영국 4,707종, 네덜란드 1,415종, 독일 1,158종 등이다.
그러나 한국 대표 의학학술지인 JKMS의 영향력은 하락했다. 2024년도 JKMS의 JIF는 2.3으로 전년도 3.0보다 떨어졌다. 총 인용 수는 9,343건으로 전년도(9,332건)과 유사했지만, JIF 산출에 사용된 인용 수가 1,553건으로 전년(1,861건)보다 줄었다. 반면 논문 수는 627편에서 662편으로 늘어 “분모-분자 간 불균형이 JIF 하락의 주요인이었다”는 게 유 이사의 분석이다.
그 외에도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거품’이 빠졌으며 Clarivate의 평가 방식 변화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유 이사는 “2024년부터는 자체 인용(self-citation)을 배제한 별도 JIF가 병행 공개됐고, 자체 인용 비율이 높은 저널에 경고 표시를 붙이는 등 평가 체계가 보다 정제된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외부 요인뿐 아니라 한국 상황에 따른 내부 요인도 JKMS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면서 남아 있는 전문의들은 연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유 이사는 “간과할 수 없는 현실적 배경으로는 국내 의료계 환경의 불안정성이 있다”며 “특히 2023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과 의료 인력 구조 재편 논의 등은 임상의들의 연구 활동과 투고 여건에 일정 수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 이사는 “실제로 일부 분야는 투고량이 다소 감소하거나 연구 활동이 위축됐다는 피드백도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은 직접적인 JIF 수치에 당장은 반영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인 투고 질과 피인용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JIF 하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JKMS가 “국제 학술 생태계에서 신뢰받는 플랫폼 저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유 이사가 밝힌 전략은 한국 고유 보건의료 데이터의 플랫폼화와 주제 중심 기획형 콘텐츠 강화다.
유 이사는 “질병관리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고 신뢰 행정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논문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단순한 논문 수 증대를 넘어 ‘국책 기반 학술 정보 허브’로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JKMS가 임상 연구뿐 아니라 정책 결정, 제도 설계, 역학 감시 등 많은 영역에서 학문적 참조점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편적 투고 논문을 수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건의료정책, 감염병 위기 대응, 항생제 내성, 임상의학의 패러다임 전환 등 구체적이고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설정”하고 “다기관 연구 결과, 종설, 정책보고서를 조합해 특집호로 구성함으로써 단기적 피인용 가능성과 장기적 축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