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수용할 때까지 ‘경광등 알림’…의료현장은 '시큰둥'

경남도, 일본 '마못테' 벤치마킹해 34곳 응급실 적용 현장에선 “응급환자 수용 어려운 원인 해결 우선”

2025-07-09     김은영 기자
경상남도가 응급환자 이송 요청 시 수용 가능 병원이 나올 때까지 병원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하는 '경광등 알림 시스템'을 운영한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경상남도가 응급환자 이송 요청 시 수용 가능 병원이 나올 때까지 병원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환자 수용이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경남도는 119구급스마트시스템, 이송정보시스템과 연동되는 경광등을 지난달부터 창원시 등 34개 시·군 응급의료기관에 차례로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일본 오사카 부가 도입한 ‘마못테(まもって, 지켜줘) 네트워크’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모델이다.

119 구급대가 구급스마트시스템에 응급환자 상태 등 정보를 입력하면 이송정보시스템을 거쳐 인근 응급의료기관에 설치된 경광등이 점멸하기 시작한다. 응급의료기관 한 곳에서 ‘환자 수용’을 입력하면 경광등이 꺼지는 식이다.

경남도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24시간 운영 중인 ‘응급의료상황실’과 이번 시스템을 병행해 응급환자 발생 시 수용 가능 병원 확인과 이송 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응급의료상황실은 119 구급대와 협조해 환자 상태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이송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사카시의 마못테 네트워크가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체계적으로 구축된 응급의료전달체계가 뒷받침 됐다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오사카시는 인구 800만명에 권역응급의료·외상센터 16곳, 2차병원 응급실 284곳으로 응급의료기관만 300여곳이 있다”며 “인구 300만명인 경남도에서 경광등 알림 시스템이 운영되는 응급의료기관은 34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응급의료 시스템과 응급실 이용 문화도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다. 일본은 야간 외래가 있어 경증환자들이 이용하고 응급실은 중증 응급환자만 받는다. 우리나라처럼 매일 같이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로 오는 곳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 수가 더 많아야 한다”며 “경광등이 울린들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해결책이 되겠나. 현실을 너무 모르는 조치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응급실 의료진 채용을 더 늘리는 게 낫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