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병원 키 플레이어는 ‘입원전담전문의’"

[인터뷰] 대한입원의학회 경태영 초대 회장 ‘입원의학’ 발전 토대 마련…‘전문과목’ 목표 "전공의 대체 인력 아닌 전문가 위상 세울 것""

2025-07-01     김은영 기자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 변화가 병원 진료구조를 바꾸고 있다(ⓒ청년의사).

병원 진료구조가 변하고 있다.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공의 노동에 의존하던 진료구조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다. 입원환자를 전담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으로 진료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환자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원전담전문의는 여전히 ‘전공의 대체 인력’ 쯤으로 인식된다. 그 시작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맞닿아 있는 이유에서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으로 줄면서 야간과 주말 병동 진료인력 공백에 직면했고,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진료 전문성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 ‘전공의 근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의료 현장으로부터 나온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정착을 위해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논의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궁극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중증복합질환자 조정자(Coordinator) 역할을 수행하며 진료 협업을 이끌고, 전공의 수련과 병동 운영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팀 기반 진료가 필수인 입원진료 수행을 위해 간호 인력과 협력도 중요하다. 양질의 수련 환경을 토대로 입원진료 역량을 기르기 위한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고민은 대한입원의학회 발족의 토대가 됐다. 입원의학회는 지난달 21일 공식 출범했다. 초대 회장에는 용인세브란스병원 경태영 입원의학과장이 취임했다. 경 회장은 최근 청년의사와 만나 입원의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입원전담전문의가 변화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제도 정립에 나서겠다고 했다.

대한입원의학회 경태영 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제도 정립에 나서겠다고 했다(사진출처: 용인세브란스병원).

- 입원의학회가 출범했다.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2017년부터 입원전담전문의로 일을 해왔다. 입원환자 관리를 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으로 인해 환자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도 높고, 환자를 맡긴 진료과 동료 의료진 만족도도 높은 것을 보니 좋은 제도라는 확신이 생겼다. 지난 2월 뜻을 같이하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중심으로 발기인 모임을 갖고 이달 정식 출범하게 됐다.

3년 전부터 내과계와 외과계로 나뉜 입원의학연구회 통합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각 연구회원들을 설득해왔다. 한국의 입원전담전문의 규정은 전문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실제 입원전담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중 내과와 외과 전문의가 아닌 이들도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로 활약하고 있는 인원도 370여명으로 적다.

대정부 협상 파트너로서 대표성을 갖고 정책 제안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내과와 외과로 나뉜 현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정규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소극적인 정부 태도로 입원의학 발전이 정체되면서 이를 전문분야로 생각해 평생 직업으로 택하려는 이들도 없다. 하지만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나아가려면 입원전담전문의 시스템은 필수다.

- 입원전담전문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평생 직업'으로 택하려는 이들도 없다고 한다. 입원전담전문의로 인력 편입이 어려운 이유가 뭔가.

이유는 단 하나다. 전문성 확보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원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입원전담전문의지만, 전문가로서 인정받기보다 ‘전공의 대체 인력’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연세의대는 입원의학과 인력을 교원으로 채용한다. 연구비를 신청할 수도 있고 각종 원내 위원으로 참여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입원의학과’를 두고 인정하고 있는 곳은 연세의대 한 곳 뿐이다.

전문가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데, 돈만 준다고 지원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대접하면 연봉 4억원을 준대도 하려는 이는 없다. 이미 검증 되지 않았나.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월급이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직률과 사직률은 매우 낮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입원의학 분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계속해서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학문적인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 돼야 한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입원의학을 전문과목으로 지정해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만 의대에서도 입원의학과를 만들어 인력을 채용하고, 전문인력들이 지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발전하는 구간으로 진입했다. 학회 차원에서도 임상 역량 향상 프로그램, 학술적 성장 기회, 교원 임용 연계모델 등을 마련해 입원전담전문의가 안정적으로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할 때다.

-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진료지원(PA)간호사 등과 협력도 주목된다. 팀 기반 진료 협력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입원진료는 팀 기반 진료가 필수적이다. 전문간호사나 전담간호사는 입원전담전문의와 가장 가까운 진료 파트너다. 그 역량을 인정하고 키워나가며 상호 존중 기반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할 분담이 명확히 규정돼야 하고, 간호 인력에 대한 정기적인 피드백과 역량 강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이 PA 간호사 교육이었다. 지난 2021년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실무적으로 필요한 교육, 간호 인력들이 필요로 하는 주제를 선정해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면서 피드백을 받아왔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돼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최근 PA 간호사 교육 주체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교육 ‘주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교육’을 시키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실제 현장에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 주체 논의는 단순한 권한 문제가 아니다. 환자의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논의가 돼야 한다.

- 전공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수련의 질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PA 간호사 제도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수련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전공의 수련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병동에서 오히려 많은 시간 전공의 교육에 할애할 수 있다. 입원환자를 전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에 전공의에게 수련을 위한 적절한 수의 환자를 배정할 수도 있다.

교육 회진이 가능하고 침상에서 행하는 각종 침상초음파와 술기를 교육할 수 있다. 즉각적인 백업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 신속하게 전공의를 백업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공의들이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공의 교육 담당 교수와 환자진료 담당 교수로 역할을 구분할 수 있는데, 진료담당 교수는 PA 간호사와 함께 많은 수의 입원환자를 관리하고, 전공의 교육 담당 교수가 적은 수의 환자를 관리하며 전공의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의 백업 역할도 하며 통합적인 환자관리, 침상 술기 등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

-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 정부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지원 방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게 있나.

정부는 환자 결과 등 행위별 수가보다는 성과 중심 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도 마찬가지로 PA 간호사 등과 팀 진료 기반 성과를 보일 때 지원을 해 주겠다는 게 기본 골격인 것 같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그 성과 중심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표 자체가 모호하다. 이를 위해 입원진료 관련된 부분은 입원의학과와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하나 만들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무엇보다 입원의학 전문성 확보를 위해 이를 전문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 입원의학회 초대 회장으로 임기 내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정부가 입원의학을 전문과목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대한의학회 정회원 가입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학회지 창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더불어 입원의학전문의가 병원 내 정식 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입원전담전문의 스스로 전공의 대체 인력이 아닌 전문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입원의학전문의 위상이 개선돼야 전공의 교육과 PA 간호사 교육, 의학연구 등 다방면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원의학회가 이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입원환자 질적 향상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입원의학의 목표는 입원환자를 빠르고 안전하게 진료 받고 퇴원하도록 돕는 일이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중심이 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구축해 환자 중심 병원을 만들고자 한다. 정부와 소통 채널을 구축 해 야간·주말 진료수가 개선, 제도 정비, 입원의학 활성화 정책 제안 등에 있어 협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