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커녕 비서 업무까지"…전공의들, '교수평가제' 요구
수련 질 개선, '교수 평가' 등 전공의 의견 반영 강조 "지도전문의 역량 향상, 평가와 지원·보상 함께 가야"
의정 갈등을 계기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평가에 전공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전공의 몫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교수 평가제' 등을 도입해 제도를 내실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정책 포럼에서도 사직 전공의 출신 임원들이 나서 이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의협 김민수 정책이사는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총회 논의 내용을 공유하면서 "전 세계 수련 현장이 단순 수치를 넘어 정성 평가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국내 수련 환경 평가도 단순히 지도 전문의 인력 규모를 따지는 양적 평가에 치중하고 현장 실사가 부족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련 교육 내실화를 위해 지도 전문의인 교수 평가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수평위를 비롯해 수련 평가 거버넌스가 병원 운영을 둘러싼 이해 충돌의 장이 된 점도 고쳐야 한다"고 했다.
김유영 기획이사 역시"전공의의 평가를 기초로 수련 환경을 개선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수련 평가가 자리잡지 못하면서, 전공의가 고난도 술기 교육 대신 "동문회 주소록을 만들고 교수 비서 업무"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수련 환경 평가가 지도 전문의 인원, 야간 당직 횟수, 교육 시간 등 양적 부분만 따지고 질적 요소는 다루지 않는다. 이조차 병원 자율 보고에 맡기고 검증 방법이 없다 보니, 의국을 사직한 전공의가 다시 불려 와서 평가 인증 서류 작업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문제 행위를 적발해도 제재가 미흡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구조도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형식적인 평가를 넘어서 실질적으로 수련 질을 평가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전공의가 수련 환경을 직접 평가하고 목소리 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수들도 수련 환경 질적 개선 차원에서 교수 평가제 필요성을 인정했다.
수평위 위원이기도 한 대한의학회 박용범 수련교육이사(연세의대)는 "학회도 지도전문의를 위한 수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질 관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면서 "전공의의 지도전문의 평가도 역량 향상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동시에 지도전문의가 제 역할 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져야 한다면서 "지도전문의가 역량 향상을 위해 꾸준히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회 한동우 정책이사(연세의대)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전공의 평가 외에 동료 평가와 자기 평가까지 "다면적인 평가 체제를 도입"하고 "평가 결과를 인센티브와 연결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다만, 지도전문의가 수련교육 전념하기 어려운 현실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 이사는 "지도전문의는 병원으로부터 진료와 연구 실적 부담을 강하게 받는다. 이 때문에 전공의 수련교육에 소홀해지게 된다.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지도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질적 평가와 함께 적절한 보상 체계도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