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의료비 폭증 해결책은 '정밀의료'

유전체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실현에 나선 '마크로젠'과 '일루미나'

2025-06-19     김윤미 기자

대한민국은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의료비 효율화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주목받고 있다.

정밀의료는 개개인의 유전체, 생활습관, 환경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치료와 예방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이다. 특히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은 정밀의료의 토대를 제공하며, 이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의료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처럼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 바로 국내 유전체 분석 선도기업 마크로젠과 글로벌 DNA 시퀀싱 기술 리더 일루미나(Illumina)다.

케이티 엘리스 일루미나 메디컬 어페어 매니저(좌)와 이승빈 마크로젠 최고과학책임자(우)

정밀의료의 핵심, 유전체 데이터 확보와 분석

지난 18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일루미나 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정밀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100달러 게놈, 100세 건강: AI가 이끄는 디지털 의료혁명'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승빈 마크로젠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유전체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융합이 어떻게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지를 강조했다.

마크로젠은 최근 'AI/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머신러닝과 생성형 AI를 자사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며 정밀의료 실현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전체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인 '젠톡(ZenTalk)'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 사용자가 유전자 검사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젠톡 AI' 서비스가 있다.

이승빈 CSO는 "AI 기술을 통한 데이터 해석 자동화 및 맞춤형 정보 제공은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 건강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사업의 주역, 마크로젠과 일루미나

마크로젠과 일루미나는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의 핵심 참여 기업이다.

이 사업은 2032년까지 100만 명 규모의 유전체 및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국가 정밀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마크로젠은 작년 12월 이 사업의 주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글로벌 수준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생명정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의료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일루미나는 차세대 시퀀싱(NGS) 기술 파트너로서 참여해 고품질의 유전체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로버트 맥브라이드(Robert McBride) 일루미나 코리아 제너럴 매니저는 "한국은 NGS 기술을 임상에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모범 국가이며, 유전체 분석의 실제 적용을 선도하고 있다"며 "일루미나는 한국의 과학 리더십과 정밀의료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단순히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질환 예측, 맞춤형 치료 전략, 공중보건 정책 수립 등 다층적인 의료 혁신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기반으로 설계되는 만큼, 글로벌 유전체 연구에서의 편향성을 해소하고 국내 환자 맞춤형 솔루션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령화 사회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정밀의료

의료비 절감과 고령사회 건강관리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정밀의료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고령 환자에게 일률적인 치료가 아닌, 유전적 특성과 질병 예후에 기반한 맞춤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 자원 낭비를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티 엘리스(Katie Ellis) 일루미나 아시아 태평양·중동·아프리카 지역 메디컬 어페어 매니저는 "유전체학은 종양학에서 표적 치료의 임상 효과를 입증했을 뿐 아니라, 유전질환 분야에서도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멀티오믹스 접근법을 통해 생물학적 통찰을 더욱 확장함으로써, 정밀의료의 범위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마크로젠과 일루미나가 함께 진행 중인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사업'은 한국이 정밀의료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수집된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병의 조기 예측, 진단,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나아가 공공의료 영역에서도 그 활용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헬스와 생성형 AI가 여는 미래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마크로젠은 머신러닝 기술을 이미 다수의 내부 프로세스에 적용해왔으며,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까지도 서비스에 도입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이승빈 CSO는 "생성형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개인 맞춤형 데이터 해석과 상담까지 가능하게 한다"며 "마크로젠은 향후에도 AI 기술과 유전체 분석을 결합한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통해 정밀의료의 대중화와 의료 민주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마크로젠은 전사적으로 AI/데이터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임직원의 AI 자격증 취득을 장려하는 등 인적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기술뿐 아니라 조직 문화 전반에 AI를 녹여내려는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 헬스 시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 한국 의료의 미래를 재정의하다

초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사회는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밀의료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기존 의료 시스템을 전환할 수 있는 결정적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전체 분석을 통해 얻어진 정량적 데이터는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측, 최적 치료 전략 수립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마크로젠과 일루미나는 각각 유전체 분석 및 시퀀싱 기술 분야에서 국내외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들이 함께하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사업'은 정밀의료의 실현 가능성을 구체화하는 실증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한국은 정밀의료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정밀의료가 단지 기술적 진보를 넘어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 의료비 절감을 동시에 실현하는 '의료 혁신'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마크로젠과 일루미나 등 산업계의 기술력, 정부의 정책적 의지,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