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O 2025] 루닛이 AI 항암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법
ASCO서 담도암·폐암·위암 AI 분석 성과 공개 HER2·PD-L1·클로딘18.2 등 주요 바이오마커 분석 글로벌 시장 정조준한 '루닛 스코프'의 진화
[시카고=홍숙] "우리에게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회의(ASCO 2025)는 매우 중요한 무대다. 이번 학회에서도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논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루닛 스코프가 실제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다."
루닛이 항암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디지털 병리학 기반 인공지능 기술로 주목받았다. 루닛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SCO 2005에서 다양한 암종에 걸친 AI 바이오마커 예측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를 통해 공개했다.
루닛은 ASCO 2025에서 단독 부스도 꾸려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전 세계 항암 전문가에게 알렸다. 루닛 스코프의 임상 적용 가능성과 글로벌 확장 전략을 구체화하려는 행보다. 이에 본지는 루닛 안창호 의료부문 본부장(Medical Affair VP)를 만나 포스터 발표 등에 대해 들었다.
-ASCO 2025에서 발표한 연구는 어떤 내용인가.
이번에는 유방암뿐 아니라 담도암, 위암, 폐암 등 다양한 암종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특히 HER2 양성 타깃 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병리 분석으로 예측한 담도암 연구가 주목받았다. 기존에는 단순한 발현 강도만 보았다면, 우리는 HER2 단백질이 실제로 세포막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AI로 분석해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와의 반응 및 연관성을 확인했다.
-엔허투와 연관된 담도암 연구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일본 국립암센터(NCC)와 공동으로 진행한 임상연구다. 엔허투를 투여받은 담도암 환자의 조직 슬라이드를 AI로 분석했다. 세포막에 HER2 단백질이 얼마나 노출되었는지를 세밀하게 측정한 결과, 세포막 노출이 높을수록 약물 반응이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위암에서는 빌로이가 등장해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클라우딘 18.2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 결과도 나왔는데.
위암에서는 클라우딘 18.2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빌로이(성분명 졸베툭시맙)의 처방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면역화학 염색(IHC) 검사를 해야 했는데, 우리는 일반 진단 슬라이드(H&E)만으로도 클라우딘 고발현 가능성을 AI가 예측하도록 구축했다. 아직 정확도는 0.75 정도지만,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치료 선택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폐암에서는 어떤 연구들이 발표됐나.
-폐암 분야에서는 PD-L1 발현 예측 AI 모델을 일본 독립 데이터세트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또 하나는 EGFR 억제제(오시머티닙 혹은 레이저티닙 등) 치료 후 면역항암제 반응을 기존 루닛 스코프로 예측한 연구다. 추가로, 암 조직 내 면역세포 군집 구조(Tertiary Lymphoid Structure, TLS)의 존재 여부를 분석해 치료 반응과의 연관성도 확인했다.
-루닛 스코프와 같은 디지털병리학 도구는 언제쯤 임상에 적용될까.
루닛 스코프는 현재 연구 단계지만 상당히 후반부 연구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 기술적 정확도는 충분히 확보됐다.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선) 규제 승인과 적절한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병리 기반 바이오마커를 혁신기기로 지정(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하며 이 분야에 대한 규제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루닛 스코프의 상업화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조만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병리 기술이 적용 가능하다고 보나.
일부 대형 병원은 디지털 병리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대부분의 병원도 최소한의 (디지털 병리 관련) 스캐너는 보유하고 있다. 아직 전면 도입된 상황은 아니지만 확산 가능성은 높다. 한국이 미국보다 기술 접근성이 뒤쳐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루닛 스코프 등을 활용한 향후 루닛의 시장 전략은.
궁극적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이 최우선이다. 물론 국내 시장도 매우 중요하지만 신약개발과 동반진단 등과 관련된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이다. 이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해 차세대 치료제의 동반 진단 도구로 루닛 스코프 등이 활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