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사에게 엑스레이 촬영 지시 맡긴 의사, 벌금형→선고유예
法 "진료보조행위 아니나 벌금형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 엑스레이 촬영, 의사가 진찰 후 의료기사에 촬영 지시해야
간호조무사에게 방사선사 엑스레이(X-ray) 촬영 지시 업무를 맡겼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의사가 항소심에서는 선고유예 됐다.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행위로 진료보조행위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창원지방법원 제3-3 형사부는 최근 의사 A씨에 대한 의료법 위반 유죄 선고를 유예했다. 벌금 200만원에 처한 원심(1심) 판결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의사 A씨는 지난 2023년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엑스레이 촬영 지시 업무를 맡겨 기소됐다. 검찰은 의사인 A씨가 직접 환자를 진찰한 뒤 방사선사에게 방사선 촬영을 지시해야 하는데도, 별다른 지도 없이 간호조무사에게 업무를 위임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반면 A씨는 병원을 찾은 신규 환자에게 의사 진찰에 앞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방사선사에게 엑스레이 촬영을 지시하는 것을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난 2024년 3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A씨가 의료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방사선사에게 환자 엑스레이 촬영을 지시하는 것은 "의료법에서 규정한 의사의 처방 또는 이에 준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했다. 촬영 전 환자 통증 부위를 살피고 문진하는 절차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한 경험과 기능에 따라 수행하는 진찰 행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법이 규정한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행위' 또는 '그밖에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뜻한다"면서 "간호조무사가 의사 지도 없이 임의로 환자를 문진하고 방사선사에게 엑스레이 촬영을 지시한 것은 의료보조행위가 아니라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 지도를 받아 해당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 점도 들었다.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 충분"하고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 지난 2012년 대법원 판례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환자 통증 부위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 지시는 의사가 의학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촬영 필요성과 촬영 부위를 판단해 적절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도 A씨는 만연히 간호조무사에게 이를 위임해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1심 선고가 너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법 위반 정도가 가볍지만은 않으나 방사선사에게 방사선 촬영을 지시하는 행위 자체는 환자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비교적 낮다. 또한 병원 대기 시간을 줄여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려 한 측면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범행 동기나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양형 조건을 참작했을 때 벌금 200만원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