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찬생각] 수가협상 언제까지 이대로…‘방식’ 바꿔야
곽성순 기자의 ‘꽉찬생각’
요양급여비용(수가)협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현실을 반영한 수가’를 요구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이 과정은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돈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지금 의료 현장은 인력 부족, 비용 상승, 행정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진료 한건당 드는 노력과 비용은 커졌지만 요양급여수가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필수의료는 외면받고 지역의료는 점점 붕괴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앞에 두고도 협상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과 불투명한 기준 속에서 인상률을 조정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 구조에서는 보건의료계, 공단, 국민 모두 만족하기 어렵다.
이제 바뀌어야 할 것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협상의 방식이다. 우선 직능별 특성과 진료 환경을 반영한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 1차 의료기관, 중소병원, 상급종합병원은 역할과 비용 구조가 다르다. 이를 동일한 틀에서 판단하고 협상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수가 산정의 기준과 절차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는 어느 단체도 명확한 기준을 알지 못한 채 협상에 임하고 있다. 정량적 지표와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예측 가능하고 설명 가능한 협상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협상은 단절된 이벤트가 아니라 연속적인 대화로 전환돼야 한다. 지금처럼 연 1회 협상만으로 의료계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연중 실무 협의와 상시 소통 채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2026년도 수가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현재와 같은 방식이 계속된다면 갈등은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다. 의료계는 수가를 넘어 ‘지속 가능한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공급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안정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이제는 수가협상을 통한 인상률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이야기할 때다. 수가협상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해가 갈 수록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