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만큼 전염 강한 RSV, 백신·항체약물 등장했지만

백신 ‘아렉스비’와 예방항체치료제 ‘베이포투스’ 잇달아 출시

2025-05-15     홍숙 기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감염은 그동안 예방이나 치료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진단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RSV는 주로 소아에서 많이 감염되지만, 60세 이상의 고령층이 RSV에 감염되면 심각한 질병 부담을 일으킨다. 또 RSV는 코로나19만큼 전염성도 강하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문지용 교수는 지난 1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RSV 백신 한국GSK '아렉스비'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RSV 감염증은 인플루엔자(독감), 코로나 19 등과 함께 법정 4급 감염병에 속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다. 2세 이전의 영유아에서 흔하게 발견되며, 60세 이상의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게 더욱 위험하다.

RSV 감염은 감기와 비슷하게 기침, 콧물, 재치기, 발열, 코막힘 등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심해지면 바이러스가 하부 호흡기로 퍼져 폐로 통하는 좁은 기도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러한 증상이 심해질 경우 폐렴 등의 징후를 보여 입원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최근 RSV 감염 관련,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예방 백신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예방 항체치료제가 출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GSK는 1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RSV 감염증 백신 아렉스비의 국내 론치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세계 최초 허가 성인 RSV 백신 ‘아렉스비’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와 달리 RSV 감염증은 그동안 백신이나 치료제가 전무했다. 이런 사황에서 아렉스비는 2023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작년 12월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으며 국내 고령 환자들도 RSV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인 허가사항은 '60세 이상 성인에서 RSV에 의한 하기도 질환(LRTD) 예방'이다.

허가 근거가 된 임상시험은 60세 이상 성인환자 2만4,96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AReSVi-006이다. 임상 결과 RSV 유행 기간에서 아렉스비는 60세 이상 성인에서 위약에 비해 RSV 관련 하기도 질환(Lower respiratory track disease, LRTD) 발병 위험은 82.6%, 중증 RSV 관련 LRTD 발병 위험은 94.1% 감소시켰으며, 두 번째 시즌에서 RSV 관련 LRTD에 대한 아렉스비의 유효성은 56.1%였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해당 임상에서 아렉스비를 1회 투여 받은 1만2,467명과 위약을 투여 받은 1만2,499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매우 흔하게(10% 이상) 보고된 이상반응은 주사 부위 통증(60.9%), 피로(33.6%), 근육통 (28.9%), 두통(27.2%) 및 관절통(18.1%)이었다. 중대한 이상사례는 아렉스비(4.2%)와 위약(4.0%) 군에서 유사한 비율로 보고됐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허가에 근거가 된 임상 데이터가 리얼월드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RSV 감염증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속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경우 75세 이상 RSV 백신을 필수 접종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60~74세는 기저질환 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와 면담 후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사한 양상으로 RSV 감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업데이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한 장기적으로 RSV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시키는 문제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교적 고가의 백신으로 분류되는 아렉스비의 특성을 고려해 추후 비용효과성 연구와 명확한 접종주기를 정할 수 있는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렉스비의 미국 약가는 294달러(약 43만원)으로 국내도 이보다 약간 낮거나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최근에 발표된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보면 3년 접종주기가 적당할 것으로 추측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지침은 없는 상황”이라며 “추가접종 시기와 NIP 도입을 위한 비용효과성 분석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유아 대상 항체 치료제 베이포투스…급여가 관건

백신과 더불어 성인보다 RSV 발병률이 높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예방용 항체 치료제도 등장했다. 사노피는 올해 2월부터 RSV 예방 항체주사 ‘베이포투스(성분명 니르세비맙)’를 출시했다. 국내 유통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맡는다.

베이포투스는 생후 첫 RSV 계절을 맞는 모든 신생아와 영아, 두 번째 RSV 계절에 중증 위험이 높은 24개월 이하 소아에게 투여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베이포투스를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도입한 스페인 갈리시아의 실사용 연구에서 베이포투스 투여 시 6개월 미만 영아의 RSV 관련 입원이 82% 감소했다.

베이포투스는 현재 비급여 의약품이다. 예방이 가능해 백신의 특성은 있지만 허가를 백신이 아닌 항체치료제로 받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NIP 등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비용효과성 등을 입증해 급여 등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약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비용효과성 입증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의원에서 베이포투스를 비급여로 처방받을 시 약가는 60만~7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국내 기업들도 RSV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바오로직스는 RSV 백신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RSV 백신 개발을 위한 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