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이대로 시행되면 간호사 출신 체외순환사도 불법 위기

[위기의 체외순환사②] 의료기사 업무 금지 조항 ‘복병’ 흉부외과학회 “특수 업무로 분류하고 경과조치 둬야”

2025-05-03     송수연/고정민 기자

간호법을 기다렸던 체외순환사들이 오히려 직업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이들의 위기는 심장 수술 중단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의 ‘전담간호사 제도화 방안’이 촉발한 현장의 혼란을 들여다봤다.

하위법령으로 간호법을 보완하지 않으면 의료기사뿐 아니라 간호사 출신 체외순환사도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심장 수술도 멈출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청년의사).

심장 수술 필수 인력인 체외순환사가 간호법 시행 이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위법령으로 간호법을 보완하지 않으면 의료기사뿐 아니라 간호사 출신 체외순환사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간호법은 오는 6월 21일 시행된다.

간호법 제12조는 의사가 판단해 지도·위임한 진료지원(PA) 업무는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의료기사 업무는 제외된다. 간호법 제12조 3항은 의료기사법에 따른 의료기사 업무는 간호사 업무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도록 했다. 단,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조항을 원칙대로 적용하면 간호사는 인공 심폐장치 등을 다루는 체외순환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간호협회 제안대로 ‘심장혈관흉부 전담간호사’ 업무 중 하나로 체외순환이 규정돼도 그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간협 안은 기존 의료기사 출신 체외순환사를 배제했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간호법이 시행되는 오는 6월 21일 이후 의료기사는 물론 간호사도 체외순환 업무를 하지 못해 심장 수술이 중단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호법 하위법령으로 미비점을 보완해야 하지만 현재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체외순환사 존폐 위기에 심장혈관흉부외과 의사들도 나섰다. 체외순환사 없는 심장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간호법 이후 체외순환 업무의 문제점과 제도화 방안’을 정리해 제출했다. 흉부외과학회는 체외순환사 교육을 15년 이상 진행해 왔으며 지난 2020년 자격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질 관리를 해오고 있다. 체외순환사 법적 지위 획득에도 적극적이다.

흉부외과학회는 간협의 전담간호사 제도화 방안에는 의료기사에 대한 경과조치가 없기에 전체의 22% 정도 되는 체외순환사가 간호법 시행 이후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기사 출신 체외순환사가 배제되면 “심장 수술의 40~50%는 중단될 수 있다”고 했다.

체외순환이 심장혈관흉부 전담간호사 업무 중 하나로 분류되면 “간호법 내 간호사의 의료기사 업무 금지조항에 따라 심장 수술 시 체외순환을 하는 간호사 업무는 불법이 된다”고도 지적했다. 흉부외과학회가 시행하는 체외순환사 교육과 자격인증제도 유명무실해 진다.

흉부외과학회는 “체외순환은 고난도 진료지원 업무로 간호사와 의료기사의 통합 업무여서 간호법만으로 규제가 불가능하다”며 간호법 하위법령에 체외순환을 ‘특수 진료지원 행위’로 명시하고 의료기사 출신에 대한 경과조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조산사처럼 독립 자격화해 법적 지위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래야 체외순환사를 육성할 수 있다는 게 흉부외과학회와 대한체외순환사협회의 입장이다. 이들은 향후 배출되는 체외순환사를 간호사로 일원화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체외순환사는 총 264명이다.

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은 “체외순환사는 특수성과 전문성으로 인해 독립 자격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며 “당장 그렇게 하기 힘드니 간호법 하위법령에 ‘특수 진료지원 행위’로 분류하고 의료기사 출신 체외순환사에 대한 경과 조치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간호법이 시행되는 6월 이후 심장 수술이 불법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려면 법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며 “기존 인력들이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경과 조치를 두면 그 사이 법을 제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입장도 흉부외과학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흉부외과학회가 요구한 경과조기 기간이 너무 길다고 했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체외순환사가 없으면 심장 수술은 불가능하다”며 “흉부외과학회의 문제의식이나 정책 추진 방향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흉부외과학회가 요구한) 경과 규정 4년은 길다. 이를 줄이는 등 보완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