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공의를 PA로 대체? 의료체계 근본 흔들어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의 행보는 단순히 한 병원의 내부 인력 운영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전공의 공백을 PA(진료지원인력)로 대체하고 이를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움직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명확한 경계와 기준을 세우지 않는다면 전공의 수련체계의 해체는 하나의 병원, 하나의 지역을 넘어 전국 의료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공의 수련은 단지 병원 내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수련체계는 우리나라 전체 의료 인력의 뿌리이자 미래다. 그 뿌리가 흔들리면 전문의 수급 불균형은 물론이고 진료 질 저하, 의료 인프라 붕괴로 이어져 결국 일차의료를 포함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돌보는 개원의 입장에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전공의 공백 이후 PA 인력을 기존 150명에서 4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진료과별 TF(Task Force)를 구성해 PA 중심 진료체계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선, 전공의를 대체하는 구조 재편에 가깝다. 특히 PA 인력과 전공의 간 역할 분담 기준 없이 병원이 정상 운영되는 현 상황은 수련병원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사안을 단순한 인력 운영의 효율성 논쟁으로 좁혀봐서는 안 된다. 전공의 없는 수련병원이 과연 수련기관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법·제도적으로도 깊이 있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료법 제13조 제6항은 ‘수련 기능을 상실한 경우 수련병원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지금이 바로 그 조항을 들여다볼 시점이다.
정부 역시 PA 제도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간호계는 PA 업무 영역을 중환자 진료, 수술, 응급, 내시경 등 의사 고유 영역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이 아닌 ‘의료 행위의 분담’이며, 결국 환자 생명에 대한 책임 구조가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 본질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물론 의료 현장의 인력난, 구조적 비효율 문제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의사를 대체하고 책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PA 제도화 논의는 철저한 실태조사, 사회적 논의, 책임 기준 정립을 선행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의료계가 지켜야 할 자리, 곧 ‘의사의 자리’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결국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의료계 전체가 지금의 상황을 공론화하고,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