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교육 두고 '의료계 VS 간호계' 주도권 싸움 시작하나
의사 ‘임상적 사고’ 심을 수 있는 PA 간호사 교육 체계 필요성 대두 이성순 교수 “의료계 교육 주체로 참여 중요…PA 역량 강화에 도움” 최수정 회장 “진료 보기도, 환자 보기도 힘든데 PA 교육 가능한가”
진료지원인력(PA) 제도화 방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PA 간호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교육 주체’를 두고도 의료계와 간호계가 주도권 싸움을 시작했다. 의료계는 전문의 역할을 보조하는 만큼 의사 주도 교육을 강조한 반면 간호계는 간호영역까지 아우르는 교육 필요성을 피력했다.
세종충남대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지난 10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The 16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5’(KHC 2025)’에서 ‘진료지원간호사 제도화’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PA 간호사 교육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PA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간 PA 간호사 교육 주체에서 빠져 있었던 사람이 의사들이다.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가족보다 더 오래 같이 있는 사람이 PA 간호사다. 그럼에도 연구를 진행하며 (PA 간호사 교육에) 의사가 빠져 있다는 게 가장 큰 허들이었다”며 “의사 협력의 체계적인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의) 임상 사고에 맞춰 (PA 간호사가) 같이 따라가고 같이 결정하고 같이 시술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 즉, 임상적인 사고를 심을 수 있는 PA 간호사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며 “업무를 모델링한 시나리오를 갖고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져가야 한다. 병원에 맞는 실습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PA 간호사 효율적인 교육을 위한 방안으로 국립대병원 8곳에 설치된 ‘임상교육훈련센터’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평가-인증-직군화’로 이어지는 제도화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PA 간호사 제도화 핵심은 의료기관 중심의 통합된 교육-인증 체계 구축이며 이 과정에서 진료과 전문의가 교육 설계와 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법적 정합성과 임상 적합성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립대병원 내 임상교육훈련센터는 그 인프라와 공공성을 바탕으로 중심 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하나의 예”라며 “의료진이 참여하는 임상 밀착형 교육을 수행하고 이를 평가하고 인증할 수 있도록 전문기관 연계를 통한 인증체계 확보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일산백병원 이성순 교수도 PA 간호사 ‘교육과 수련’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료계가 교육 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PA 간호사 업무는 의사 업무 중 비교적 위해 가능성이 낮고 교육을 통해 위임이 가능한 다빈도 업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자문단에 참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면서 부족한 전문의를 보완할 수 있는 PA 간호사를 제도화하고 업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게 PA 제도화의 목적”이라며 “이에 PA 간호사에 대한 교육·수련이 중요하다. 이 교육의 주체는 의료계 또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PA 간호사가 하는 업무는 간호 업무가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의 어떤 역할 중 일부분을 지원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의사의 사고 체계 등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PA 간호사 교육에 의료계와 병원이 적극적으로 주체가 돼 참여하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역량 높은 PA 간호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 행위가 1만8,000개 정도 있는데 (PA 간호사 업무범위를) 60여개 정도 허용 된다. 정부 방침은 딱 정한 것만 하고 아닌 것은 불법이라는 개념인데 의료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구시대적인 생각”이라며 “병원에 자율성을 주고 충분한 교육과 실습을 통한 인증하는 제도가 된다면 의료 행위들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업무범위가 결정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간호계 생각은 달랐다. 실습이 중요한 영역인 만큼 의료계 뿐 아니라 간호대 등 PA 간호사 교육이 가능한 모든 인프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최수정 회장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전문의들이 교육 하지 않고 자신들을 방치했다고들 하는데 PA 간호사 교육까지 주체가 의사가 돼야 한다면 과연 그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라며 “진료를 보기도 힘들고 환자를 보기도 힘든데 PA 교육이 가능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환자 곁에서 진행하는 업무들을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시뮬레이션 교육 이상이나 실습 교육들을 해야 되는데 과연 그 시스템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며 “전적으로 의사도 아니고 전적으로 간호부도 아니고 교육이 가능한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