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피젠트, 폐암만큼 위험한 ‘COPD 악화’ 돌파구로 부상

듀피젠트, 지난 3월 국내 첫 COPD 생물학적제제로 승인 허가 전부터 진료지침에 포함…“환자 접근성 개선 필요” COPD 위험성 조명…급성악화 경험 시 5년 생존율 20%

2025-04-10     김찬혁 기자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듀피젠트 COPD 적응증 확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에게 국내 첫 COPD 생물학적제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가 새로운 치료 해법으로 부상했다.

사노피 한국법인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듀피젠트의 COPD 적응증 확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듀피젠트는 지난 3월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표준흡입요법으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혈중 호산구 수가 증가된 성인 COPD 환자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이날 연자로 나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저조한 국내 COPD 진단 현실과 COPD의 위험성을 조명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13.4%가 COPD를 앓고 있으며, 40세 이상 남성의 경우 흡연 등으로 유병률이 19.4%에 달한다. 이에 반해 진단율은 2.5%에 불과하고 치료율은 이보다 낮은 2.1%에 머무른다.

특히 단 한 번의 급성 악화(Exacerbation)만으로도 약 15%의 환자가 사망에 이르며, 급성 악화가 3회 이상 반복되면 5년 생존율은 20% 수준으로 떨어진다. 급성 악화를 겪지 않은 환자에 비해 급성 악화를 세 번 이상 겪은 환자의 사망률은 4.3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 교수는 “COPD는 단순한 기침이나 숨이 차는 증상 이상의 치명적 질환이며, 국내 사회경제적 부담은 연 1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폐기능 저하에 따른 생산성 손실, 간병 부담이 매우 커 사회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COPD는 실제 폐암보다 더 무거운 질병임에도 인식은 현저히 낮다. 이에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폐암보다 먼저, COPD부터 진단하자’는 홍보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현재 COPD 치료의 표준은 흡입 치료로, ICS(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LABA(장기지속형 베타2 작용제), LAMA(장기지속형 무스카린 길항제) 조합이 핵심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단일, 2제, 3제 병합요법으로 치료가 진행되며, 급성 악화 병력이 있고 혈중 호산구 수치가 높은 고위험 환자에게는 3제 요법 치료가 권고된다.

문제는 이러한 3제 요법에도 불구하고 악화를 반복하는 환자군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COPD 환자 20만명 중 약 10%가 3제 요법에도 악화를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1만명이 넘는 환자들이 급성 악화 반복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듀피젠트가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으로 승인되며 의료 현장에서는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이 교수는 “3제 요법을 썼는데도 악화를 반복하면 의료진으로서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었는데 국내에서 이런 약을 쓸 수 있게 된 건 기쁜 일”이라며 “실제로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3제 요법을 처방했고, ‘로플루밀라스트(제품명 닥사스)’까지 추가했는데도 악화를 계속 반복한 환자에게 듀피젠트를 투여하자 악화가 없어졌다”고 실제 진료 사례를 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에서 듀피젠트 COPD 적응증이 허가되기 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먼저 국내 진료지침을 통해 듀피젠트 사용을 권고한 사실도 소개됐다. 국내 COPD 진료지침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듀피젠트 COPD 적응증을 승인한 직후 악화 고위험군에서의 듀피젠트 사용이 반영됐다.

이 교수는 “임상적 필요성과 글로벌 연구의 가치를 바탕으로 국내 진료지침에 반영됐다. 현장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컸던 만큼, 허가를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지침에 포함시키자는 결정이 이뤄졌다”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듀피젠트가 의미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듀피젠트의 효과는 2건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BOREAS, NOTUS)을 통해 입증됐다. 임상 결과, 듀피젠트는 COPD 중등도-중증 연간 악화율을 위약군 대비 30%, 34%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SGRQ 4점 이상 개선된 환자는 위약군 43.2%, 46.5% 대비 51.5%, 51.4%였다(오즈비: 1.4; 95% CI, 1.1,1.9/오즈비: 1.2; 95% CI: 0.9, 1.6).

듀피젠트 COPD 적응증 확대 기념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모습. (왼쪽부터) 사노피 한국 및 호주/뉴질랜드 의학부 면역학 신정원 리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 사노피 한국법인 배경은 대표, 사노피 한국 및 호주/뉴질랜드 의학부 면역학 김현정 헤드.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러한 임상적 의의를 지닌 듀피젠트가 고위험군 악화 COPD 환자들에게 처방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교수는 “현재 ‘아이사(Internet Severe Asthma Registry)’라는 국제 중증 천식 레지스트리 대표 PI(책임연구자)를 맡고 있다. 여기에 유럽, 중동, 남미, 아시아 등 30개국이 넘는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고, 국가별 생물학적제제 보험 현황을 정리한 논문을 낸 적 있는데 듀피젠트에 급여가 안되는 나라는 2~3개 정도 밖에 없고 그중에 한국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논문을 내며 굉장히 부끄러웠다”며 “3제 요법을 쓰고도 악화를 반복하는 환자에게는 듀피젠트가 유일한 대안인데 보험 급여가 되지 않으면 처방 자체가 막힌다. COPD 환자들은 중증 천식보다도 사회경제적으로 더 취약한 분들이 많다. 나이도 많고, 소득 수준도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험이 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쓰기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듀피젠트 COPD 적응증 급여 신청 현황에 대해 사노피 한국 및 호주/뉴질랜드 의학부 면역학 김현정 헤드는 “급성 악화를 경험한 COPD 환자의 절반은 3.6년 내 사망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중증도와 예후가 매우 나쁘다”며 “사노피는 이러한 질환 특성을 고려해 정부와 진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조속한 급여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노피 한국법인 배경은 대는 환영사를 통해 “듀피젠트는 국내에서 최초로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허가된 이후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등 제2형 염증 질환 전반에서 의미 있는 치료 성과를 보여온 약제”라며 “이번 COPD 적응증 확대는 생물의약품 치료 사각지대였던 폐질환 영역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