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간 3년 달성 ‘키트루다-파드셉’, 급여확대 절실”

[인터뷰]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범승훈 교수 “30개월 효과 지속 입증…병원 체류 시간도 단축” “비용 부담 완화 과제…정부‧학회‧제약사 노력 필요”

2025-03-20     김찬혁 기자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조합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병용요법이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요로상피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며 약 30년 만에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요로상피암 중 가장 흔한 형태인 방광암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2만명이 진단받는 주요 암종으로, 암 발생 순위 10위, 사망자 수 13위를 차지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첫 진단 단계에서 10~15%, 근침윤성 방광암은 약 50%가 전이를 일으키며, 원격 전이 시 생존율이 14%로 급격히 떨어진다. 남성에게서 3~4배 더 호발하며, 국내 방광암 환자의 85%가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신기능 저하나 전신 수행능력 저하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절실했다.

이러한 임상적 미충족 수요에 부응하며 등장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2023년 첫 데이터 발표 당시부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2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비뇨기암 심포지엄(ASCO GU 2025)에서는 해당 병용요법 3상 임상시험 EV-302/KEYNOTE-A39 연구의 약 30개월 추적관찰 데이터가 발표됐다.

임상 결과,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 33.8개월을 기록하며 기존 항암화학요법(15.9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49% 감소시켰다(HR=0.51, 95% CI, 0.43-0.61). 또한 67.5%의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과 30.4%의 완전관해율, 그리고 23.3개월의 반응 지속기간(DOR)을 보이며 항암화학요법(각각 44.2%, 14.5%, 7.0개월)과 비교해 우수한 효과와 지속성을 입증했다.

이에 본지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범승훈 교수를 만나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의 실제 임상 적용 경험과 최신 연구 결과의 임상적 의미, 그리고 향후 요로상피암 치료 전략에 대해 들었다.

- ASCO GU 2025에서 발표된 EV-302/KEYNOTE-A39 연구 결과 주요 내용과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번에 발표된 분석 결과는 기존 데이터보다 약 1년 더 연장된 추적 관찰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다. 중앙 추적 관찰기간은 29.1개월이며,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이 기존 표준치료인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49% 감소시켰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항암화학요법에서는 15.9개월,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에서는 33.8개월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고, 이는 병용요법의 지속적인 효과를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존 17개월 추적 관찰 결과에서도 우수한 치료 효과가 확인됐는데, 이번 30개월 데이터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유지됐다. 또 부분관해(PR) 또는 완전관해(CR)를 보인 환자들에게 2년간 효과가 지속됐으며, 그 기간 동안 추가 치료 없이 생존했다는 점도 매우 의미 있는 결과다.

- 이번 연구 결과가 요로상피암 환자들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EV-302/KEYNOTE-A39 연구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으로, 많은 환자들에게서 치료 효과가 확인된 만큼,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앞으로도 확실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완전관해 비율도 14~15%에서 30%로 상승했다. 치료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이 7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된 점 역시 병용요법의 강력한 효과를 뒷받침한다.

보통 암 치료에서 완전관해가 5년간 유지되면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번 데이터는 그러한 기대를 높이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1년 남짓한 요로상피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3년에 가깝게 개선한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의 안전성은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으며, 이상반응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이번 발표에서 2023년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새로운 이상반응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으며, 3등급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 발생 빈도도 큰 변화가 없었다.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 환자군에서 3등급 이상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은 약 57%로, 기존 항암화학요법(70%)보다 낮다.

하지만 기전이 다른 치료제이므로 이상반응의 양상이 다르다. 신경독성, 피부독성, 혈당 상승, 간질성 폐렴과 같은 특정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료진이 이를 잘 이해하고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러한 이상반응 관리는 학회와 컨퍼런스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으며, NCCN 및 ESMO 가이드라인에도 이상반응 발생 시 대처방안이 정리되어 있다.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에서 키트루다가 3주 1회, 파드셉이 21일 주기의 1일차와 8일차에 투약되므로, 초반에는 매주 환자를 만나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에서 이상반응으로 인한 약물 중단 사례는 얼마나 되나.

이번 ASCO GU 2025 발표에서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2023년 NEJM 발표에 따르면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의 약 35%가 치료 관련 이상반응으로 약물 투여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기존 치료와 비교해 차이가 없었으며, 이상반응 역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국내외에서 어느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는가.

현재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Category 1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ESMO 가이드라인에서도 동일한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NCCN 및 ESMO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을 사용한 국내 환자 사례가 궁금하다.

EV-302/KEYNOTE-A39 임상에 참여한 한 환자의 사례를 소개하면, 재발성 요관암으로 내원한 67세 남성 환자가 있었다. 당시 여러 부위 림프절 전이가 동반되어 완치가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키트루다-파드셉 치료 이후 현재까지 3년째 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치료 중 약제 관련 부작용으로 간질성 폐렴이 발생했지만,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 완쾌됐다.

-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을 실제 처방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고려되며, 기존 치료와 비교해 환자들에게 어떤 차이가 있나?

기존 항암치료와 스케줄이 유사하여 처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기존 치료보다 투여 시간이 짧고, 신기능 보존을 위한 별도의 수액 치료가 필요하지 않아 환자들이 더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투약을 위한 병원 체류 시간도 줄어들어 전반적인 편의성이 향상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 대비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

-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어떤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인가.

요로상피암 환자의 상당수가 신기능 저하 및 기저질환을 동반한 고령 환자인데,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은 신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는 환자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어 치료 대상이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시스플라틴을 사용할 수 없는 비적격 환자가 전체의 약 30~40%에 이르며, 이 경우 대안으로 카보플라틴을 사용하지만, 이마저도 신기능이 더 저하된 환자들에게는 투여가 어렵다. 이런 환자들은 기존에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을 고려해야 했지만, 반응률이 약 20% 수준으로 제한적인 한계가 있었다.

반면,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신기능 등의 제한이 없어 더 넓은 환자군에 적용 가능하며, 기존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EV-302/KEYNOTE-A39 임상에 한국 환자들도 참여했으며, 글로벌 임상과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국내 환자에서도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적인 점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기본적으로 1차 치료에서 효과가 좋고 반응률이 높은 치료제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해 다른 약제 관련 특이 이상반응 양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초기 반응률을 높이고 환자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항암치료 원칙을 기준으로 보면,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치료법이라고 본다.

- 아벨루맙 유지요법 이후 파드셉 단독요법을 사용하는 전략이 고려되기도 하는데, 이 접근 방식의 특징과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현재 요로상피암 치료 전략 중 하나로, 1차 치료에서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한 후 치료 반응이 유지되는 경우,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시행하다가 암이 진행하면 파드셉을 비롯한 다른 항암약제로 후속 치료를 진행하는 방식이 있다.

1차, 2차 치료까지는 급여 적용이 가능하지만, 3차 치료에서는 유일하게 효과가 입증된 후속 치료제인 파드셉이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쉽게 사용하기 어렵다. 효과 측면에서도 반응률이 약 40%이며, 치료 지속 기간이 평균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3차 치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1차, 2차 치료에 대한 반응이 유지되고, 부작용을 견디면서 건강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는 암 진행, 치료 부작용 등으로 인해 3차 치료의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파드셉 단독 투여의 경우에도 특유의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파드셉을 후반부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초기 단계에서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향후 요로상피암 치료 발전 방향과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연구는?

요로상피암 치료 환경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입증됐으며, FGFR 변이를 타깃으로 한 표적항암제가 새롭게 승인됐고, ADC 기반 치료제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발전 속에서 앞으로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고, 치료 전망도 긍정적이다.

특히,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은 현재 임상적 특성과 관계없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환자군에서 더욱 효과적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특정 이상반응을 미리 예측하거나 조기에 발견해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된다면, 임상 현장에서 맞춤형 치료를 더욱 정밀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의 환자 접근성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재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제한적인 점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유관 학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정부, 학회, 제약사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완화가 치료 접근성 확대의 핵심 요소이므로, 이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앞당기려면 학회 차원의 노력과 임상의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순위의 문제겠지만,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만 놓고 보면 반드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

- 요로상피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암 치료는 환자의 상태, 치료 의지, 이상반응 관리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좋은 치료제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많아지고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시길 바란다. 암은 여전히 완전히 정복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좋은 치료제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최선의 치료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