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반대와 오만에 절망" 제자 직격한 서울의대 교수들
강희경 교수 등 4인 의대생·전공의 비판 입장문 발표 "처음엔 미안했지만 동료 조롱·비난에 실망스러워" "정부 정책 잘못됐지만 우리 터전까지 파괴할 셈인가"
"여러분에게 실망하고 절망한다."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제자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1년 이들이 정부를 향해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과 대안 없는 반대"만 하고 동료 의사와 교수에 대한 조롱과 비난만 일삼았다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 등 4명은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냈다. 강 교수 외에 신경외과 하은진 교수와 서울의대 국제보건정책학과 오주환 교수, 혈액종양내과 한세원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생과 전공의가 떠난 사태 초기에는 "미안한 마음이었다"면서 교수를 '중간착취자', '정부 부역자'라 부를 때 "그 말을 부인할 수 없어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의정 갈등이 2년 차를 맞이하면서 "여러분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나 언론사 댓글에는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이 넘쳐난다"고 했다. "내가 아플 때나 내 가족이 아플 때 이들에게 치료받을까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론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 증원 정책 철회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강조하면서 교수 사회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최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동결 결정을 두고 '스승의 위선'이라며 의학계를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수들은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 스스로 택했다. 손해를 보았을지언정 진정한 피해자가 아니다. 지난 1년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와 그 가족이 진짜 피해자"라고 했다.
전공의 수련 과정을 단순히 '착취'라고 부르는 것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교수에게 '착취당했다'고 "수련 자체를 부정하고 전문가로서 성장 과정까지 깎아내려 전문가 가치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과정이 고되다는 이유로 의미 없고 하지 않겠다고 쉽게 이야기할 것이라면 대체 왜 개선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수련 환경이 가혹하고 부족하며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여러분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토론회에서 오직 노동 시간과 월급 이야기만 했다. 전문가로서 수련 질을 높이기 위한 내용은 한 마디도 없었다"고 했다.
의사가 면허로 "독점적 의료 행위 권한을 받은 것"은 "공공성을 요구하는 책임을 다하길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는 집단으로 낙인찍히면 다른 직역에 그 독점적 권한이 위임될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현장을 지키는 동료 의사와 교수를 비난하고 헌신을 조롱한다.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블랙리스트와 비난이었다"며 "대체 동료애는 어디로 갔느냐"고 했다. 간호사 등 다른 직역을 "서슴없이 폄하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밉다고 우리 터전을 파괴할 것이냐"고 했다. 정책이 잘못됐지만 "의료 시스템 붕괴 책임이 정부에만 있느냐"면서 "의사는 사회의 신뢰를 잃고 의료 붕괴 원흉이 되고 있다. 잃어버린 신뢰는 더 심한 규제와 소송, 가혹한 환경으로 되돌아온다"고 했다.
"이제는 결정할 때"라고 했다. 이들은 "책무를 다하는 전문가로서 개혁을 이끌고 사회와 의료 환경을 개선하면서 우리 근로 환경도 지속 가능하게 바꿔 갈 것인지"는 물론 "이를 주도할지 아니면 훼방꾼으로 낙인찍혀 독점권을 잃고 도태될지 여러분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