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이전해 한의사 줄이고 의사 늘리자?
한의협, 한의대 정원 절반 감축 주장…의견 조율 만만치 않아 대학들 정원 ‘민감’ vs "한의대 정원→의대 정원 이관 가능"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는 반대로 한의대 정원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의계 내부 의견 조율이 만만치 않아 현실의 벽이 높아 보인다. 한의계 내부에서도 인력 과잉을 지적하며 감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한의대 정원을 줄이는 일에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의협은 한의대 정원을 6년간 한시적으로 절반으로 줄이고 이로 인해 남는 한의대 공간을 의대 교육에 활용하면 부족한 의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의사 인력 과잉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부족한 의대교육 공간 한의대 활용하라"는 한의협).
한의협은 지난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자료를 들어 한의사 인력 과잉을 주장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한의사는 1,300명이 과잉 공급된다. 또 2021년 실시된 동일한 조사에서도 오는 2035년 1,300~1,750명이 공급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한의원 경영난에 한의계 내부에서도 한의대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대학 경영과도 밀접하게 이어지는 정원인 감축만큼, 좀처럼 하나된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에서 한의원은 운영하는 한의사 A씨는 “한의대 정원을 줄이자는 10여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개원가 상황이 어렵다 보니 한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고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며 “그러나 대학 정원을 줄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한의대 정원 감축은 수입이 줄어드는 대학들에게도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한의대) 정원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와도 진척이 안 되는 이유”라며 “어느 대학의 정원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민감한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어렵다. 의대 정원 증원과 맞물려 한의협에서도 한의대 정원을 공론화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한의대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한의협 주장이 현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의대 정원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증원 숫자에 포함하면 대학 반발 없이 정원 조절이 가능할 거라는 것이다.
한의대 B교수는 “한의대 정원을 단순히 줄이자는 게 아니라 (정원) 일부를 늘어나는 의대 정원에 포함될 수 있도록 흡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사실 정원 문제는 대학의 문제이기 때문에 줄이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교수는 “의대와 한의대가 같이 있는 곳은 의대로 정원을 이전하고 의대와 한의대가 같이 없는 곳은 한의대가 있는 지역의 의대로 정원을 이전하는 방식”이라며 “대학에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이전하는 문제를 수용 안 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순차적인 조정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