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 저발현 유방암 환자가 BRCA 검사에서 소외된 이유는?

유재민 교수, "ER 저발현 환자에서 BRCA 변이 비율 14.2%" "삼중음성 유방암보다 높아, 현 BRCA 검사 급여 기준 개선 절실"

2025-03-10     김윤미 기자

BRCA 변이는 암 발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대표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로, 유방암에서 예방적 치료와 조기 발견, 표적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BRCA 변이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일정 비율로 발견돼 국내에서도 BRCA 변이 검사는 해당 아형을 중심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급여 또한 적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유재민 교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R) 1~10% 및 HER2 음성 유방암, 즉 'ER 저발현(low)' 환자에서도 삼중음성 유방암 못지 않게 BRCA 변이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행 BRCA 변이 검사 급여 기준에서는 41세부터 60세 사이의 ER 저발현 환자들이 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해당 환자들이 중요한 검사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유재민 교수를 만나 ER 저발현 유방암의 특징과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 연구 결과가 주는 시사점, 그리고 국내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유재민 교수

-통상 유방암은 호르몬수용체(HR) 혹은 HER2 양성 아니면 삼중음성으로 구분해 왔다. 'ER 저발현'은 다소 생소한데, 왜 이 환자들을 주목해야 하나.

ER 저발현 유방암 환자들은 전체 유방암 환자에서 2~3% 정도를 차지한다. 사실 2010년 이전까지는 10%가 넘어야 ER 양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후 검사법이 발전하고 '타목시펜'과 같이 호르몬수용체에 대한 약들이 ER 저발현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면서, 2010년 미국 ASCO-CAP 가이드라인에서는 ER 발현 정도가 1%만 넘어도 ER 양성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다만, 그 이후 15년간 수많은 연구 데이터가 나왔지만 ER 저발현 환자에서 항 호르몬 치료에 대한 효과에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ER 저발현 환자들의 mRNA 발현을 들여다 보면, 약 70%가 삼중음성 유방암이라는 데이터도 나오고 있다. 사실 ER 저발현이 삼중음성 유방암과 비슷하다는 것은 연구자나 의료진 대부분이 동의한다. 하지만 ER 저발현 유방암은 환자 수 자체가 적다 보니 ER 양성이나 삼중음성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소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R 저발현 유방암은 적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환자군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2~3%에 해당하며, 이는 매년 약 900명에서 1,000명 정도의 환자가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임상 진료 시 ER 저발현 환자에 대한 고민이 많다. 임상 연구에도 포함이 안되고, 삼중음성 유방암과 마찬가지로 ER 저발현 환자군에서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BRCA 검사도 급여가 안되다 보니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ER 저발현 환자 관련해 제대로 연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로 세계유방암학회(GBCC)와 샌안토니오유방암학회(SABCS)에서 수상까지 하셨다고 들었다. 연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ER 저발현 환자군은 단일 기관에서 임상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워,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4개 기관을 결합해 약 280~290명의 환자 샘플을 모아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연구의 목적은 ER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서 BRCA1/2 돌연변이 유병률과 관련 임상병리학적 특징을 평가하고,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과 비교 분석을 통해 BRCA 검사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와 ER 저발현 환자 간 BRCA 변이 보유 비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차이가 없었으며, ER 저발현 환자군의 BRCA 변이 보유 비율은 14.2%로 삼중음성 유방암군보다 더 높았다. 보통 BRCA 검사는 10% 이상의 변이 비율에서 권장되며, 현재 NCCN, ESMO, ASCO 가이드라인에서는 BRCA 변이 치료제가 있는 경우, 환자군의 BRCA 변이 비율과 관계없이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 역시 해외 가이드라인과 유사하게, BRCA 변이 치료제가 효과가 있을 경우 BRCA 검사를 권장하는 진료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BRCA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고가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급여 기준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국내 유방암 환자에서 BRCA 변이 검사의 급여 조건은 무엇인가.

급여 기준은 40세 이하의 젊은 유방암이거나, 양측성 유방암, 아주 드물지만 남성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리고 60세 이하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다.

우리나라는 2012년도에 최초로 BRCA 변이 검사의 급여를 시행했고, 그 후 2019년도에 진단 기준을 확대했다. 이후 약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연구를 통해 ER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서도 삼중음성 유방암과 비슷하게 BRCA 변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나라는 평균 유방암 진단 나이가 53세이고, 특히 45~49세가 가장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세부터 60세 사이의 ER 저발현 환자들은 급여 대상에서 배제가 됨으로써,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BRCA 변이의 진단 여부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유재민 교수

BRCA 유전자는 원래 종양 억제 유전자다. BRCA1과 BRCA2, 두 가지 유형이 있으며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종양 억제 기능을 잃어 암이 잘 생기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BRCA1 변이가 있으면 70세까지 약 60%에서 많게는 70%까지 암이 발병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BRCA2 변이가 있는 경우에도 암 발생 확률이 50~60%로 상당히 높다.

과거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BRCA 변이가 발견되면 환자에서 예방적 절제를 시행할지 등을 고려하고, 환자 가족들을 검사해 질환을 예방 또는 조기 발견하는 등의 측면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이후 OlympiA 및 OlympiAD 연구 등이 발표되고, '올라파립(상품명 린파자)'이 전이성 유방암과 조기 유방암에서 생존율을 높일 수 있고, 재발을 줄일 수 있음이 밝혀지면서 BRCA 검사의 중요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앞서 말했듯 NCCN과 ASCO 가이드라인에서는 삼중음성 유방암인 경우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 환자에서 BRCA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하는 상황이다.

-ER 저발현 환자가 BRCA 변이를 진단 받는다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나? ER 저발현 환자의 경우 내분비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한데, 내분비요법와 올라파립 중 어떤 치료가 더 적합하다고 보나.

ER 저발현 환자군에서 호르몬 치료의 효과는 아주 논란이 많다. 연구 데이터도 아주 혼재된 상황이다. 다만, 대부분의 의료진은 ER 저발현 환자의 경우 오히려 삼중음성 유방암으로 고려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BRCA 변이 검사가 적절히 시행된다면, 환자 본인은 적절한 예방적 절제나 올라파립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그 가족들 역시 검살르 통해 예방이나 조기 발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치료 사각지대에서 소외받고 있는 ER 저발현 환자들을 위해, 치료 환경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과거 10년 전 ER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서 타목시펜과 같은 항 호르몬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ER 저발현 환자군에 대한 기준이 생긴 것처럼, 이제는 그때보다도 더 강력한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1~10% 사이의 ER 저발현 환자에 대해서는 삼중음성 유방암과 동일하게 급여가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ER 저발현 환자의 경우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환자 수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