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중증아토피 교차투여 허용...아토피 치료제 시장 변화 촉각
EASI 75 이하·부작용 있을 경우 생물학적제제↔JAK억제제 가능 시장 80% 점유 듀피젠트 독주 멈출까…린버크, 최대 수혜주 부상
3월 1일부터 중증아토피 치료제들의 교차투여가 허용될 전망이다. 다만 생물학적제제나 JAK억제제로 치료하고 있음에도 EASI(아토피피부염의 피부 병변 범위와 중증도를 평가하는 지표)75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 한해 교차투여가 허용된다.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 있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치료제를 바꾸지 못했던 중증아토피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차투여 허용이 확실시 되면서 아토피 치료제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 있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치료제를 바꾸지 못했던 중증아토피 환자들의 교차투여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중증아토피 치료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많은 이탈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중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교차투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제 요양급여 적용기준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행정예고 안은 오늘(27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3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중증아토피 치료제는 사노피의 듀피젠트(두필루맙), 레오파마의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 등 생물학적제제 2종과 화이자의 시빈코(아브로시티닙), 릴리의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애브비의 린버크(유파다시티닙) 등 JAK억제제 3종 등 총 5종이다.
교차투여 허용 기준은 치료제 반응평가 기간 동안 EASI 75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로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해야 한다. 교체한 약제는 최소 6개월 투여하도록 권고됐다. 그러나 같은 계열인 생물학적제제간 또는 JAK억제제간 교체는 불허했다.
당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교차투여 횟수를 생물학적제제와 JAK억제제간 1회로 제한할 예정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횟수 제한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최소 6개월 투여 권고'라는 규정만 지킨다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있을 경우 같은 계열 약제로도 교차가 완전 불가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제제인 듀피젠트를 처방받던 환자가 부작용으로 JAK억제제인 린버크로 교체했는데 린버크 역시 부작용 때문에 쓸 수 없다면 최대 6개월 투여 뒤 또다른 생물학적제제인 아트랄자로의 변경이 가능하다. 아트랄자마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JAK억제제인 올루미언트로의 변경도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생물학적제제 중 보험적용이 되는 약제가 2개인 만큼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교차투여가 이뤄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3번이다.
하지만 또다른 생물학적제제인 릴리의 엡글리스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약제를 변경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다만 한번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등의 실패를 경험한 약제로 돌아가는 것은 금지한다는 게 심평원의 입장이다.
심평원 약제기준부 강미영 부장은 코리아헬스로그와의 통화에서 “검토 당시에는 기전이 다른 계열간 약제로만 교차를 인정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다양한 케이스는 의학적 타당성을 감안해 사례별로 심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미영 부장은 그러나 "환자가 다른 약을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심한 부작용, 환자 상태나 타당성 등 변경해야 하는 이유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교차투여 허용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계열간, 계열내 제한 없이 교차투여가 허용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한태영(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보험이사는 “아토피피부염은 환자 개개인에게 어떤 약제가 가장 효과적일지 현재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다”며 “계열로 제한된 점은 다소 아쉽지만 어떠한 부작용이 생길지, 효과가 없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패해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료진으로서는 부담이 덜게 됐다”고 말했다.
중증아토피연합회 박조은 대표는 “교차투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여전히 계열 내 교차투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다시 처음 산정특례 받은 약제로 돌아올 수 없는 만큼 교차투여는 신중하게 진행될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이 주로 교차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토피 치료제 시장 변화 촉각
이번 교차투여 허용이 아토피 치료제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아토피치료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듀피젠트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024년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에게 제출한 중증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청구현황에 따르면 2024년 6월말 현재 중증아토피피부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총 1만205명이며, 요양급여비용은 728억여원이다. 이 중 듀피젠트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는 무려 8,455명으로 83%에 달했다. 중증아토피 치료제 중 가장 먼저 급여가 적용된 지난 2021년 듀피젠트를 처방 받은 환자는 3,293명이며, 2022년 4,992명(93%), 2023년 7,542명(85%)이다.
반면 린버크는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난 2022년 285명(5.3%)에서 2023년 1,089명(12.2%), 2024년 6월 기준 1,347명(13.2%)로 꾸준히 늘고 있다.
교차투여가 이뤄진다면 현재 생물학적제제인 듀피젠트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JAK억제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교차투여 허용 시 최대 수혜자는 JAK억제제 중 애브비의 린버크가 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최근 사용량에 따른 약가연동 약제인 린버크에 대한 약가 재협상을 실시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의약품의 청구액이 예상 청구액보다 크게 증가하거나 전년도에 비해 청구액이 크게 증가한 경우, 과다한 재정 지출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됐다.
더욱이 교차투여 허용 전에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더라도 다른 약제를 선택하는데 장벽이 있었기 때문에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 번째 약제를 상대적으로 고가약제로 선택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교차투여가 허용되면 의료진이나 환자 입장에서도 실패에 대한 부담이 줄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편의성이 높은 약제를 먼저 시도해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의 전망이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얼굴이나 목 등에 효과가 없더라도 EASI 75에 도달하는데는 지장이 없어 듀피젠트를 사용해온 점도 없지 않다”며 “그런 환자군 대상으로 생물학적제제에서 JAK억제제로, JAK억제제는 생물학적제제로의 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찬호 교수는 “의료진들도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이전에는 약제들의 교차투여가 불가하다보니 첫 번째 약에 실패해 두 번째 약제를 선택할 때 바로 급여로 쓸 수 없고 비급여로 처방이 이뤄지게 되니 첫 번째 약을 상대적으로 고가약을 써왔던 환자들이 있었다”며 “그런 면들이 조금 교정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중아연 박조은 대표도 “교차투여가 허용되면 생물학적제제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사용방법이 장점인 JAK억제제를 환자들이 선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교차투여가 허용되면 경구약에 대한 진입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JAK억제제에 실패해도 여러 생물학적제제 중 선택이 가능하기에 지금보다는 환자들이 덜 불안해하며 치료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환자들도 증상과 치료제들의 장점 꼼꼼히 살필 필요 있어
교차투여 허용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들이 무엇인지 살피는 환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증아토피 치료제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제는 총 5종이다. 한국릴리의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가 출시돼 있지만 현재는 급여되지 않는다. 엡글리스가 급여된다면 생물학적제제 3종, JAK억제제 3종 총 6종이 중증아토피 치료에 활용되게 된다.
각각의 치료제들은 기전과 투여방법, 효과, 비용, 부작용 등이 다르다. 현재 중증아토피 치료제들 가운데 6개월 이상 영유아에게 처방될 수 있는 약제는 사노피의 듀피젠트가 유일하다. 듀피젠트는 2주 1회 피하주사로 투여하며 장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약제지만 결막염, 안구건조증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아트랄자는 16주간은 듀피젠트와 같이 2주에 1회 투여하지만 이후에는 최대 4주 1회로 투여 간격이 줄어 편의성이 좋다. 생물학적제제 가운데 얼굴, 두피, 목 등 두경부에 효과적인 약제다. 부작용으로는 안구, 눈꺼풀 염증, 호산구 증가 등이 보고됐다.
엡글리스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아트랄자와 같이 16주 동안은 2주 1회, 이후에는 4주 1회 맞기 때문에 투여 간격 편의성이 좋다.
아트랄자, 엡글리스 모두 듀피젠트 대비 결막염 부작용 발생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JAK억제제 중 가장 먼저 출시된 약제는 올루미언트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린버크와 같은 지난 22년 5월에 적용됐다. JAK억제제들은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을 갖췄다.
JAK 억제제 중 얼굴, 두피, 목 등의 두경부 및 손발, 생식기 등에 효과적인 약제는 린버크다. 최근 린버크는 경구약제라는 편의성에 얼굴, 목 등 두경부 부위에서 EASI Head & Neck score<1(머리와 목 부위의 거의 깨끗한 피부 상태), EASI 90(거의 깨끗한 피부 상태), WP-NRS 0/1(가려움증 없음 또는 거의 없음), DLQI 0/1(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없음 또는 거의 없음) 등에서 우월성을 입증한 바 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여드름이다.
올루미언트는 탈모에도 적응증을 갖고 있어 전문가들은 탈모가 동반되는 중증아토피 환자에게 올루미언트를 추천하는 편이다.
JAK억제제 중 가증 뒤늦게 허가 및 건강보험이 적용된 약제는 시빈코다. 가려움증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구역, 구토, 두통 등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중아연 박조은 대표는 “앞으로 출시될 약들이 더 다양해져서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치료를 잘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