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치료법 아닌데…" 의사 과실 뇌병변 장애라며 18억 소송
대전지법 천안지원, 대학병원 상대 손배 청구 '기각' 진단·검사부터 치료까지 의료진 과실 찾기 어려워 '표준 치료법' 따른 의료진에 "왜 수술 안 했나" 주장도
의료진 과실로 태어난 아이가 뇌병변 장애를 입었다면서 18억원 규모 손해 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병원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최근 의료진 과실로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입었다며 대학병원 운영 측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 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지난 2016년 11월 B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융모양막염이 의심돼 응급 제왕절개로 미숙아 C를 출산했다. 태어난 아이는 출산 약 2주 뒤 뇌 초음파 검사에서 수두증 의심 소견으로 치료하다가 D병원 신생아과로 전원해 뇌실액 배액술과 내시경 세척술을 받았다. 지난 2018년 2월 D병원 재활의학과 의료진은 C가 뇌연화증으로 인한 뇌병변 장애라고 진단했다.
A씨 부부는 B병원 의료진 과실이라면서 운영 측에 손해 배상금 총 18억2,312만4,739원과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B병원 의료진 C 출산 후 초기 뇌초음파 검사에서 영상 판독을 잘못해 수두증 진단이 늦었고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D병원 전원도 부모가 요구하기 전에 하지 않은데다 뇌실내 출혈이나 수두증 수술 치료법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B병원 의료진 진단과 검사, 치료에 과실을 찾기 어렵고 전원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A씨 부부는 B병원이 출산 열흘째 뇌 초음파 검사에서 수두증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같은 뇌 초음파 영상을 보고 D병원은 수두증을 확인했다면서 B병원이 영상 판독을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D병원 의료진은 이미 C에게 수두증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초기 영상과 이후 검사 영상을 같이 보면서 판독도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C를 처음 검사한 B병원 의료진은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촬영 당시 초음파 영상만 보고 판독해야 했다"면서 "진료기록 감정을 따르더라도 B병원 의료진의 뇌실내 출혈 검사와 처치는 적절했다"고 봤다. D병원 사실조회회신서에 "B병원이 C의 뇌실내 출혈과 출혈 후 수두증 진행 상태를 알고 있었다"고 기재된 점도 들었다.
의료진이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뇌실액 배액술 등 적절하게 치료 받을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B병원 의료진은 표준 치료법을 따랐고 검사와 처치 일정에 잘못도 없다고 봤다. 당시 미숙아 뇌실내 출혈은 정립된 치료법이 없어 '보존적 치료와 함께 뇌실내 출혈에 의한 수두증 진행 여부를 살피는 것'이 표준 치료법이었다.
의료진이 진료기록지에 적은 검사 일정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진료계획을 어겼다는 주장에 대해서 "진료기록지에 기재한 추후 검사 계획은 일반적인 검사 주기를 적은 것이다.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검사 일정은 다소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 시점에 출혈성 수두증을 치료할 "표준 접근법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고 B병원은 보존적 치료와 주기적인 진찰·검사로 "뇌실내 출혈과 수두증의 변화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으므로 이는 의료진이 수두증을 '관찰'하고 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뇌 초음파 검사를 계속 진행하지 않았으나 "전원까지 담당 의사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혈액검사 등도 매일 실시했다"면서 "뇌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D병원에서 뇌실액 배액술과 내시경 세척술을 받기 전에 B병원에서 했다면 예후가 좋았을 거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치료법은 신생아 수두증에 대한 "실험적인 치료법"으로 "학회에서 다시 검토 중인 치료법"이지 "실제 효과와 별개로 일반적인 의료상식으로서 B병원 의료진이 따라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C의 상태를 보고 B병원 의료진이 "수술을 유보하고 수두증 진행 경과 관찰을 선택한 게 의사의 합리적 재량을 벗어난 의료행위라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B병원 의료진의 전원의무나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침습행위로 인한 설명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수술 대신 보존적 치료를 선택한 게 잘못이라거나 치료 중 과실을 저질렀다고 볼 이유도 없다"면서 "의료진이 수술적 치료법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환자의 치료 기회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B병원 역시 D병원처럼 뇌실액 배액술 치료가 가능해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거나 보호자에게 전원을 안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B병원과 달리 D병원은 치료 과정에 뇌실 세척술을 함께 진행했지만 앞서 다룬 것처럼 소송 시점인 2020년경까지 표준 치료법이 아니었던 점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없으므로 손해 배상 청구에 이유가 없다면서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