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한의사 의료기기 '무죄'…속수무책 판세 뒤집을 전략은?
'쇄신' 의협 한특위 "논리와 근거 더해 '퍼포먼스'까지 강화" 이재만 부위원장 "한의계 이미 한계 봉착…판세 역전 확신"
속수무책이다.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도 무죄로 풀려났다. 초음파 진단기기와 뇌파계에 이어 세 번째다. "경악과 분노(대한의사협회)", "국제 망신(대한개원의협의회)", "단편적이고 전문적이지도 않은 결정(대한영상의학회)"이라는 의료계 노성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세운 새 판단 기준을 넘지 못했다. 의료기기가 아닌 전문의약품 관련 재판조차 대법원 전합 판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간 의료계가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규탄 성명과 집회가 이어졌다. 헌법 소원을 추진하고 '불법 광고' 강력 대응도 시사했다. 그러나 검찰의 대법원 상고 포기로 골밀도 측정기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새로운 전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협이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쇄신을 강조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의협은 지난달 박상호 위원장을 위촉하고 26명 규모 한특위를 재구성했다. 집행부 이재만 정책이사도 부위원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4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겠다"면서 KMA POLICY 정비를 포함해 한특위가 구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근거 쌓기' 외에 '보여주기' 즉 "퍼포먼스"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대국민 홍보에 공들이고 법정과 국회 "현장에서 의료계의 뜻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와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겠다"고도 했다. "서면과 언론 보도로 오가는 사이"를 벗어나 "정면으로 마주보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의정 갈등 국면을 맞아 소강됐던 의료일원화도 다시 불러들였다. 한특위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자 "끝내 가야할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합 판결 이후 기울어진 판세를 "역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면서 앞으로 한특위 행보에 관심과 성원을 당부했다.
아래는 이 부위원장과 일문일답.
- 초음파와 뇌파계에 이어 한의사의 골밀도 측정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의사 전문의약품 사용을 다루는 재판도 진행 중이다. 새로 구성된 한특위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앞으로 한특위 활동 방향성은.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한특위가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더욱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대국민 홍보를 통한 한방 문제 알리기에도 더 공들일 계획이다. 한의협과 관계 설정도 새롭게 하겠다. 성명이나 언론 보도 등 간접적인 대응 외에 면대면으로 직접 접촉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 KMA POLICY도 두텁게 쌓을 계획이다. 미국 법원이 의료 관련 사건을 다룰 때 미국의사회(AMA)의 POLICY를 자료로 삼는다. 우리 의협의 KMA POLICY도 의료 재판의 '경국대전'이 되겠다. 이슈에 따라 즉흥적이고 지엽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탄탄한 논리와 거시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다루겠다. 비단 한특위만 아니라 앞으로 의협이 취해야 할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새 기준이 되면서 관련 재판에서 의료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다. 이를 역전할 수 있을까.
의료계 노력에 따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이 나라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한 필연적이다. 순진한 생각이라 치부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의료계와 한의계가 놓인 상황과 전망을 보면 확신할 수밖에 없다.
- 어디서 그런 확신을 얻나.
한의계는 메디컬 프로페셔널리즘을 갖춘 후속 세대를 키워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이 전국 한의대 교수 인력과 교과 과정, 교재 등을 분석하고 평가해 내린 결론이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결국 의료일원화로 가닿게 된다. 이와 맞물려 법원의 의료 이해도가 높아지고 합리적인 판례가 쌓인다면 불리한 지형을 바꿀 수 있다. 한특위가 대국민 홍보에 역량을 쏟으려는 이유기도 하다. 법원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
- 논리와 근거에 더해 새롭게 '퍼포먼스'를 강조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한의협은 집행부 임원진이 매번 재판을 방청하고 사건 당사자와 소통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실제 판결에 미치는 영향을 떠나 의협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동의한다. 의협이 반성하고 개선할 지점이다. 현장에 나가서 우리의 의지와 단합력을 드러내야 한다. 이런 퍼포먼스가 필요한 시대다. 그간 미흡했다. 꼭 법원만 아니다. 지난달 열린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정책토론회 현장에 의협 이사 1명이 참석한 반면 한의협은 3명이 나왔다. 주장하는 메시지도 통일돼 있었다. 물론 의협 집행부가 교체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도 더 기민하게 움직이는 조직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 한특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보는 영역은 어딘가.
현 시점에서 '수성'은 의미 없다. 상대방이 일관된 논리로 움직여야 우리도 그에 맞춰 전략을 짠다. 지금은 거짓과 왜곡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또 이런 게 통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지금은 수성보다는 먼저 치고 나가야 할 때다.
- 의협 집행부 정책이사이자 한특위 부위원장이다. 이번 집행부에 보내는 회원 신뢰가 상당하다. 한방 문제 해결을 원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나의 의료 시스템에 다른 두 집단이 공존하면서 수많은 문제가 시작됐다. 사회적 낭비가 심각하다. 의료일원화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우리 의사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으로 그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 한특위는 우리를 위협하는 비합리성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 새롭게 출범한 집행부와 한특위에 많은 성원과 지지 부탁드린다.